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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미중 관계 최악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의 연구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전세계로 코로나19가 확산한 데 대한 중국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완벽한 거짓말”이라며 외교채널과 관영 언론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에 비난을 퍼붓고 있다. 미중간 신냉전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6일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고문인 스인훙(時殷弘) 인민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미중은 사실상 새로운 냉전 시대에 돌입했다”며 “미국과 소련간 냉전시대와 달리 미중 신냉전은 전면적 경쟁과 급속한 탈동조화(디커플링)가 특징이다. 미중 관계는 몇 년 전, 심지어 몇 달 전과도 다르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중 신냉전이라는 표현은 주로 미국 쪽에서 사용해 왔다. 이를 중국 내 학자들이 언급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최근 양국 관계가 심각하게 악화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에 앞서 로이터통신은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에 톈안먼 사태 때 못지않은 반중(反中) 감정이 확산될 수 있다는 중국 내부 보고서가 나왔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국가안전부 산하 싱크탱크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이 지난달 초 작성한 이 보고서는 시진핑(習近平) 주석 등 중국 최고 지도부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리(余萬里) 베이징대 전 교수는 미중 관계가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최악이라는 데 동의하면서 “과거에는 미국 정치권에서는 친중(親中) 목소리를 찾을 수 있었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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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책임론을 제기하는 미국 정치인들에 대해 ‘정치적 농간’이라고 비난하는 등 발언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지난 3월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트럼프 팬데믹’(트럼프로 인해 퍼지는 유행병)이라는 표현을 동원한 것도 악화한 감정을 보여준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미중 무역협상에 있어 미국을 비판하긴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는것은 자제해 왔다.
양국 관계가 악화하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중단 상태인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비관론도 커지고 있다.
이 매체는 “중국은 무역협상 타결에 있어서 코로나19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미국보다 시급하지 않다”며 “시간은 이미 경기 회복 움직임을 보이는 중국의 편”이라고 주장했다.
미국내에서는 이미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중국에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징벌 관세를 예고하는 등 무역합의 파기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미국의 무역협상팀에서 일한 스티븐 올슨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1단계 무역협정이 선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보고 일했지만, 이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그 계획이 엎어졌다”며 “이제 중국과 협상을 성사시키는 것은 정치적으로 유익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중 관계 악화가 무역전쟁 재개에 그치지 않고 무력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수석 외교 칼럼니스트인 기디언 래크먼은 독립적인 국제 조사가 없는 상황에서 미중 간 책임 공방만 격화된다면 “최악의 경우, 양국의 모든 분노는 단순 냉전을 넘어 진짜 무력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