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68주년인 27일 오전 10시. 남과 북을 잇는 직통 연락선이 전면 복원됐다. 지난해 6월9일 북측이 대북전단을 문제 삼아 일방적으로 연락 채널을 끊은 지 413일여 만이다. 남과 북은 이날 오전 11시 남북연락선 복원 사실을 거의 동시에 발표하면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재확인했다. 사실상 데칼코마니처럼 닮은 남북 발표문도 양측 간 사전 조율이 있었음을 시사한 셈이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통신선 복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 4월 판문점선언 3주년을 계기로 수차례 친서를 교환한 결과다. 두 정상은 지난 4월부터 10여차례에 걸쳐 친서를 교환하며 남북 관계 개선에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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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측의 국가정보원과 북측 대남 정책 담당 고위 인사가 연락채널 복원에 필요한 실무 작업을 챙긴 것으로 알려진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보위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남북 간 의미 있는 소통이 이뤄졌다”고 보고한 바 있다. 특히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닷새만에 미국을 찾았던 만큼, 남북 간 적지 않게 물밑 조율을 거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합의에 따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우리측 연락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남북 간 통화를 재개했다. 이날 통일부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우리측 대표는 오전 11시4분께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설치된 직통 전화를 통해 북측에 “여보세요, 잘 들리십니까”라는 첫 마디로 대화를 시작했다.
우리 측 대표는 북측 목소리 확인 후 “1년여 만에 통화가 재개돼서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늘 남북 통신 연락선이 복원된 만큼 온 겨레에 기쁜 소식을 계속 전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라고 말했다. 북측의 정확한 대답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통일부 당국자는 “우리측 이야기에 경청하는 태도를 보였다”고만 전했다. 우리 측은 북한에 오전 9시와 오후 5시 정기통화 재개를 제안했고, 북측도 호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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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통신선 복원이 즉각적인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임기 말 성과가 시급한 문재인 정부를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카드로 활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통신선 복원 그 자체가 대화의 재개는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북한은 한국 정부의 조바심을 자극해서 한국이 대북제재의 완화나 해제에 다시 앞장서거나 한미 공조로부터 빠져나오기를 기대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관건은 대북제재의 조기 완화 혹은 해제인데, 키를 쥐고 있는 북미간 주요 타결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남북만의 동력으로 한반도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북측의 사과나 재발방지에 대한 입장 표명이 없었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범야권인 국민의힘은 벌써부터 대선을 앞둔 ‘정치 쇼’가 의심된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 정상 간 대면 접촉에 대해 협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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