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논란` 특수교사들의 한숨…"우린 맞아도 되는 직업인가요"

현장 특수교사들의 목소리
녹음기 사용 등 학부모 개입 부담
학교·교육청의 교사 보호는 미미
"특수교육 환경과 제도에 지원 늘려야"
  • 등록 2023-07-31 오전 6:00:00

    수정 2023-07-31 오후 1:49:57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특수교사 중 안 당한 사람을 찾기 어려울 만큼 교권침해는 빈번해요. 누가 더 심하게 당했는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중학교에서 특수학급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3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특수교사들이 과다한 업무와 학부모 민원에서 비롯한 교권침해가 일상이라고 고백했다. 7년째 장애인 학생을 가르쳐온 그는 “하루는 아이가 지시를 따르기 싫으니까 손을 물고 머리로 턱을 들이받아서 며칠 동안 밥을 못 먹었다”며 “의사가 어쩌다가 그랬냐고 물었는데 장애 아이들을 보는 시선이 나빠질까 봐 밝히지 못 했다”고 말했다.

한 교사의 극단적 선택으로 교권침해 심각성이 대두된 후 `특수교사`들의 겪는 고충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유명 웹툰 작가 주호민(41) 작가가 자녀의 특수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이에 대해 현장 특수교사들은 학부모의 잦은 민원과 신고 때문에 교육활동이 위축된다고 토로하면서 학교와 교육부의 소극적인 대응을 비판했다.

주 작가는 지난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자녀를 맡은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녀의 가방에 넣은 녹음기를 통해 해당 교사가 아이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한 정황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주 작가의 녹음기 사용에 대해 특수교사들은 이전부터 있던 일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특수고등학교 교사는 “몇 년 전 한 특수학급 선생님이 학교폭력 가해학생을 훈계했다가 부모가 들려 보낸 녹음기에 말이 녹음돼 아동학대로 신고됐다”며 “이런 경우는 밝히지 않아서 그렇지 주변에 많다”고 설명했다.

특수교사들은 동의를 구하지 않은 불법녹취나 폭력처럼 교권침해를 당해도 도움을 청할 곳이 마땅치 않다고 지적했다. 광주광역시에서 초등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21년 차 특수교사는 “얼마 전 인근 특수학교 교사가 학생에 의해 전치 6주 이상의 부상을 당했고,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출석정지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가해학생은 지적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어떠한 교육적인 조치나 프로그램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충남 아산의 한 공립유치원 특수교사 이모(37)씨도 “학교는 민원을 최소화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관리자들은 승진 때문에 문제 해결에 미온적이라 교사들이 책임을 떠맡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지난 22일부터 사흘간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특수학교 교사 1만4450명에게 설문조사에서 교사들은 교육 활동 중 겪는 어려움으로 부적응 학생 지도(95.3%)와 과중한 업무(87.1%), 학교 공동체의 지지 및 보호 체계 부재(84.1%) 등을 꼽았다. 교사 10명 중 6명(65%)은 학부모 민원 발생 시 동료교사의 도움을 가장 많이 받았으며 교육청으로부터 지원받은 경험은 1.8%에 불과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아이가 힘으로 교사에게 물리력을 행사할 때 막으려고 해도 아동학대로 신고하니 교사들이 대응하기 힘들다”며 “교사가 긴급요청을 하면 지원인력이 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학급당 학생 수 같은 법적 기준이 충족되지 않아서 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국가가 특수교육에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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