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우리은행과 KT, NH투자증권, IMM PE, 한화생명를 포함한 주요주주들이 3000억원을 추가 증자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사실상의 주인인 KT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가로막히면서 돈줄이 마른 케이뱅크가 대출을 중단하자 대안마련에 돌입한 셈이다. 케이뱅크는 현재 41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연말까지 직원 월급 주기도 벅찰 것이란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유력하게 논의되는 증자방안의 핵심은 우리은행이 총대를 메고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구조다. 지분율이 13.79%인 우리은행이 1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대 지분율을 30% 턱밑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대신 KT는 늘어나는 지분 비율만큼 보통주를 사고 나머지는 추가발행할 전환주를 인수하는 식으로 돈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사실 우리은행으로서는 케이뱅크에 이 정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만큼 여유가 없다. 올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비은행 계열 강화가 지상과제인데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려면 한 푼이 아쉬운 처지다. 그런데도 우리은행이 언제까지 돈이 묶일지도 모르는 케이뱅크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만지작하자 시장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케이뱅크를 살려둬야 지분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고 자산을 회수할 때도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인터넷은행의 부진으로 부담을 느끼는 금융당국을 측면지원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야심차게 추진한 제3인터넷은행마저 인가가 불발된데다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마저 대출중단 사태가 지속하면서 금융당국 입지가 좁아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은행이 앞장서 케이뱅크를 정상궤도에 올려놓는다면 정부로서도 한숨 돌릴 수 있다. 당국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시장에서는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증자안이 현실화하려면 앞으로도 많은 걸림돌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주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조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도 은행인데 대출중단 사태를 반복해서는 안되는 것 아니냐”며 “우리은행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증자와 케이뱅크 정상화 속도가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