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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 대한 열정, 구단주로까지
정 부회장은 지난 1993년부터 `굿 펠로우즈`라는 사회인 야구팀에서 3년간 투수로 활약하는 등 야구에 대한 관심이 꾸준했다. 이 곳에서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과도 함께 했는데 훗날 SK 와이번스를 인수해 SSG 랜더스를 창단하는 인연으로 이어졌다.
SSG 랜더스의 주인이 된 정 부회장은 이따금 지인들을 야구장에 초대한다고 한다. 지난 5일 함께 경기장을 함께 찾은 이가 조원태 한진(002320)그룹 회장이다. 정 부회장이 1990년대 미국 브라운대에서 유학하던 시절 조 회장도 인근 마리안 고등학교를 다녔다.
SSG 랜더스의 홈구장이 소재한 인천은 한국배구연맹 대한항공 점보스의 홈이기도 하다. 야구와 배구를 대표하는 양 구단은 인천 지역 발전을 위한 사회공헌을 지난해부터 2년째 공동으로 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용진 부회장이) 친한 지인들을 야구장에 다양하게 초청하고 있다”라며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도 함께 야구장을 찾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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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에는 청라 지역에 추진 중인 스타필드 청라에 야구경기 및 대형 실내 이벤트 유치가 가능한 돔구장을 짓겠다는 구상도 알려졌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판을 바꾸는 대담한 사고”를 강조했던 정 부회장이 야구와 유통업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발상을 제시한 셈이다.
일렉트로맨·제이릴라에 묻어나는 키덜트 취향
정 부회장의 이 같은 경영 스타일은 가전전문점 일렉트로마트에서도 엿보인다. 정 부회장은 대표적인 `키덜트`(어린아이와 같은 취미를 가진 성인)로 알려졌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 등장하는 다스베이더 가면을 착용한 모습을 SNS에 올리는가 하면 `마징가Z`, `우주소년 아톰` 등 소장하는 피규어도 공개했다.
아이(kid)와 어른(adult)을 의미하는 키덜트 문화를 도입한 일렉트로마트는 `일렉트로맨`이라는 캐릭터를 덧댄 가전마트다. 기존의 하이마트, 전자랜드 등과 대별되는 큰 차이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의 지론이) 단순히 마켓 셰어를 뺏어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고객의 라이프 셰어를 뺏어와야 한다는 것”이라며 “마트에 오면 지루해하는 남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아이디어가 연결돼서 브랜드화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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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로 커피 문화 소개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도 정 부회장의 취향이 반영된 사업 영역이다. “스타벅스 국내 1호 팬”을 자처하는 정 부회장은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지분을 이마트를 통해 가장 많이 보유한 최대주주다.
자주 스타벅스에서 음료를 마시는데, 스타벅스 내 닉네임은 본인의 이름을 영어로 한 `YJ`이다. 정 부회장은 스타벅스 최애 음료로 `자몽 허니 블랙 티`를 꼽기도 했다. `제주 유기농 말차로 만든 라떼`, `나이트로 콜드 브루` 등도 정 부회장이 선호하는 음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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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부회장은 스타벅스 유튜브 채널에서 “국내에 원두커피 개념의 아메리카노가 처음 소개됐는데 생소한 맛 때문에 고객들이 설탕이나 프림을 찾았다”며 “선행 결제나 테이크아웃도 신선한 문화였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다만 정 부회장의 취향 경영이 성과와 연결되고 있는지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일렉트로마트 단독 점포는 수익성을 이유로 이마트에 `숍인숍` 형태로 입점되는 상황이다. 제이릴라와 함께 공개됐던 여자친구 설정의 `샤이릴라`는 2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사라졌다. 정 부회장이 강조한 스토리텔링 형태의 캐릭터가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셈이다.
또 정 부회장이 SNS에 언급했던 `멸공` 발언이 논란을 낳으면서 대표적 소비재인 스타벅스 불매 운동으로도 이어졌다. 최근에는 정 부회장이 보수 성향의 유튜브 채널 `가세연`의 운영자 강용석 변호사에게 500만원을 후원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치성향을 드러낸 점 자체는 문제되지 않지만 재벌 인플루언서로서 논란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