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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연봉·고위직일수록 남성 비중이 높은 현상은 민간뿐 아니라 공공기관에서도 마찬가지다. 신규채용 과정에서의 성차별 문제는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된 반면 육아·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은 상대적으로 복리후생이 잘 갖춰진 공공기관에서도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 개별 공공기관의 노력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여성친화적인 정책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공기관 남성이 더 오래 근무하고 더 많아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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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도 일반 민간기업과 마찬가지로 출산, 육아 등을 이유로 여성이 중도 퇴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고위직은 남성이, 하위직은 여성이 비율이 높은 기형적 조직구조가 공공기관에서도 일반화돼 있다.
일례로 직원 수 124명(2019년 말 기준)인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 영화진흥위원회 남녀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남성 19.5년인데 비해 여성은 7.6년에 불과하다. 남성의 평균 근속연수가 여성의 3배 가까이 길다. 영화진흥위원회의 경우 3급 이상 사무직 36명 중 여성은 5명뿐이지만 5급 사무직은 18명 중 12명이 여성이다.
남성 평균 근속연수가 여성의 두 배 이상인 기관도 17곳에 달했다. 영화진흥위원회와 함께 한국전기연구원은 남성 평균 근속연수가 여성의 2.6배다. 한전KPS(2.5배)와 영상물등급위원회·축산물품질평가원(2.4배), 한국주택금융공사·한전KDN·기술보증기금·한국예술인복지재단·한국도로공사(2.2배)도 2배 이상이다.
근속연수 차이는 자연스레 연봉 격차로 이어진다. 지난해 기준 공공기관 정규직 평균연봉은 남성이 7122만원, 여성이 5714만원이었다. 여성 평균 연봉이 남성의 80.2%에 그쳤다. 전체 336곳 중 8곳을 뺀 328개 기관에서 남성 연봉이 여성보다 같거나 많았다.
연봉 차이가 두 배인 정부법무공단 외에 국립암센터·한국산업은행·한국건설관리공사·한국전기연구원 등 기관 역시 남성 평균임금이 여성보다 70% 이상 많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는 여성 연봉(4577만원)이 남성(2289만원)의 두 배 가까이 많았지만 유일한 예외다.
신입채용 성비는 6대 4인데…올라갈수록 불균형 심화
남녀 성비차이는 직급이 올라갈수록 벌어진다. 지난해 전체 공기업 336개사 중 중 329개 기관이 신규채용을 실시해 총 3만1734명을 뽑았다. 이중 남성이 1만8511명(58.3%), 여성이 1만3223명(41.7%)을 차지했다. 신입사원은 6:4인 남녀 성비가 임원급으로 올라가면 8:2 수준으로 벌어진다. 2019년 말 기준 공공기관 여성임원 비율은 20.9%다.
대표적인 고연봉 직장인 한국산업은행(2019년 말 기준 평균연봉 9750만원·신입사원 초임 4975만원)은 총 직원 3175명 중 남성이 2078명(65.4%), 여성이 1097명(34.6%)이다. 남직원 수가 두 배 가까이 많다. 직급별 편차는 더 크다. 하위직인 5급(508명)은 남성이 258명, 여성이 250명으로 거의 비율이 같다. 반면 1급 이상 고위직은 96명 중 여성이 단 2명뿐(2%)이다. 2급 327명 중에서도 여성은 18명(5.5%)에 불과하다.
임원 중 여성 비율이 20%에 미달하면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데도 공기업들이 여성임원을 좀처럼 늘리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일부 기관은 내부에서 임원으로 발탁할 만한 여성 인력풀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외부 영입을 추진하기도 한다.
한 공공기관 임원은 “현재 임원 후보군은 1990년 전후 입사자인데 그 당시만 해도 여성직원 자체가 없다시피 했다”며 “2000년 이후 여성 채용이 조금씩 늘었고 조직 문화도 바뀌고 있는 만큼 당장은 어렵더라도 앞으로는 고위직 여성 비중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랜 기간 이어진 성비 불균형을 단시간 바꾸기는 어려운 만큼 임원으로 성장할 여성 중간관리자를 더 많이 키워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여성 임원 후보가 없다는 것 자체가 우리 노동시장 왜곡을 보여주는 문제점이지만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 역시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며 “신중하되 점진적으로 여성 친화 정책을 도입하고 여성 임원을 늘려 전체 여성 직원의 동기를 부여해나간다면 사회 전체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