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오랜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그를 두고 어떤 수식어를 쓸까 꽤 오래 생각했다. 그러나 ‘만화책을 찢고 나온 남자’라는 말 외에는 그를 표현할 적확한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193㎝의 훤칠한 키, 광활한 어깨와 훈훈한 외모, 말이 필요 없는 야구실력까지…늘 적극적인 팬 서비스와 겸손한 언행은 덤이다. 일본을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우승으로 이끈 ‘오타니 쇼헤이’(Ohtani Shohei) 얘기다.
| ‘만화책을 찢고 나온 남자’라는 말 외에는 그를 표현할 적확한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실제로 슬램덩크 어디선가 봤던 장면 같기도 하다. 일본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우승으로 이끈 ‘오타니 쇼헤이’(Ohtani Shohei) 얘기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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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를 주우며 행운도 같이 줍는다’는 그는 WBC 최고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이번 대회를 통해 그를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를 마련해서다. 타자와 투수를 겸업하는 ‘이도류’로 최정상급 활약을 펼치면서 ‘만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을 현실에서 보여주고 있다.
바다 건너 한국에서도 그에 대한 호평이 자자한데, 일본에서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마치 2002년 대한민국의 월드컵 4강 분위기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일본에서 방영된 WBC 일본과 미국의 결승전은 42.4%(간토지방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경기가 일본시각으로 오전 8시에 생중계됐다는 점을 떠올리면 경이적인 시청률이다. 오타니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으면서 우승을 확정한 순간 시청률은 46%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장면도 나왔다. 일본의 언론사들이 일본 야구 대표팀의 WBC 우승 소식을 담은 ‘호외(號外)’를 발행했고, 기념 삼아 호외를 사려는 일본 국민이 대낮 도심에서 우르르 몰리는 장면이 연출됐다. ‘호외요! 호외’라는 외침에 사람들이 ‘나도 달라’며 몰려드는 장면을 2023년에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 일본의 WBC 우승 소식을 담은 호외를 받은 일본 시민들이 활짝 웃어보이고 있다. 2023년에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을 목도한 순간이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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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자국의 WBC 우승 경제효과가 650억엔(약 65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직전 대회였던 2017년 WBC 대회 당시 추산 경제 효과인 343억엔을 두 배 가까이 웃돌면서 이른바 ‘오타니 효과’ 분석에 한창이다.
스포츠 경제 분석으로 유명한 간사이 대학의 미야모토 가쓰히로 이론경제학과 명예 교수는 이번 WBC 대회로 약 650억엔의 경제 효과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가쓰히로 교수는 경제 효과 급증의 이유로 오타니를 꼽았다.
그는 “과거 일본에서 이 정도 수준에 도달한 야구 선수는 없었다”며 “야구팬이 아니었던 사람들도 대회에 주목하는 ‘오타니 효과’가 경제에서도 매우 클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도 야구에 관심이 덜했던 여성팬들이 오타니의 야구 실력과 겸손함에 반해 야구에 관심을 두게 됐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야후 저팬 보도에 따르면 일본 야구 대표팀 공식 스폰서인 스포츠용품 회사 ‘미즈노’는 일본 대표팀 유니폼 등 용품 주문량이 3배나 급증했다. 오타니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은 판매 몇 시간에 소진되며 추가 제작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일본의 주요 여행사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 WBC 우승 여파로 오타니를 보기 위해 메이저 리그 야구 투어를 떠나겠다는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오타니 때문에 일본 증시에서는 웃지 못할 헤프닝도 있었다. 오타니와 성이 같은 철강회사인 오타니 공업은 야구선수 오타니와 아무 상관이 없음에도 이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한때 14%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 오타니는 올 시즌을 마치고 미국 메이저리그 자유계약(FA) 선수가 된다. 현재 미국 스포츠 시장에서 추정하는 그의 몸값은 10년 계약 기준 5억~6억 달러(7745억원)다.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WBC 결승전에서 오타니가 역투하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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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을 WBC 우승으로 이끌며 화제의 중심에 선 오타니는 올 시즌을 마치고 미국 메이저리그 자유계약(FA) 선수가 된다. 현재 미국 스포츠 시장에서 추정하는 그의 몸값은 10년 계약 기준 5억~6억 달러(7745억원)다. 연평균 5000만~6000만 달러 수준이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연봉이 제일 높은 맥스 슈어져와 저스틴 벌렌더(연평균 4333만 달러)를 넘어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높은 연봉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6억 달러 책정 기준도 꽤 흥미롭다. 투수와 타자 모두 최정상급 기량을 펼치다 보니 투수와 타자 포지션에 각각 3억 달러씩을 줘야 한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광고업계에서도 오타니는 귀한 몸이다. 지난해 새롭게 계약을 맺은 독일 스포츠카 업체 ‘포르쉐’와 근육통, 관절통 등에 효과가 있는 반테린으로 유명한 ‘코와’ 등 스폰서 기업이 총 17개사로 늘었다. 올해를 기점으로 20개를 넘어서리라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오타니의 지난해 기준 연간 광고 스폰서 계약금은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액인 2000만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오타니라는 ‘야구계 만찢남’이 불러온 경제효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WBC 대회에서 아쉬움을 삼켰던 국내 프로야구도 한 번쯤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다. 한 명의 슈퍼스타가 국내외 야구계에 미칠 파급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우리는 실제로 목격하고 있으니 말이다.
국내 야구계에도 오타니 같은 선수가 나오지 말란 법 없다. 과거에는 믿어지지도, 믿을 수도 없던 빌보드차트 1위, 아카데미 수상도 이뤄낸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희망 섞인 말로 한국판 ‘야구계 만찢남’의 등장을 기대해본다.
| 국내 야구계에도 오타니 같은 선수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과거에는 믿어지지도, 믿을수도 없던 빌보드차트 1위, 아카데미 수상도 끝내 이뤄낸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WBC에서 우승한 일본 야구 대표팀이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어 보이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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