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는 지난 9월말 6개월의 천만원 만들기(이하 육천플)을 시작하기 전까지 한 달 생활비 조차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는 “지출을 줄여야겠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기간별 예산을 세우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며 “10월부터는 예산을 세우고 여기에 맞춰 지출을 줄이려고 노력했다”고 비결을 공개했다.
그 결과 10월 지출에서 가장 많이 줄어든 항목이 바로 교육비와 식비다.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그는 학원비(80만원)가 고정비로 들었기 때문에 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고민했다. 그는 “당연히 써야 할 비용, 나가야 할 비용으로 생각했던 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며 “커다란 지출 구멍이던 교육비를 줄이자 목돈을 모으기가 훨씬 더 쉬워졌다”고 말했다.
육천플은 이데일리에서 주최하는 소비 습관 개조 프로그램으로 지출 분석, 가계부 쓰기, 통장 쪼개기 등의 내용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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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천플의 기수가 회를 거듭하면서 워킹맘, 50대 주부 등 목표를 달성하는 이들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초반 참여 멤버들이 30대 초반의 신혼부부가 주를 이뤘다면 지난 9월 시작된 3기 이후 20대부터 50대까지 나이와 가족 형태를 뛰어 넘는 성공 사례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생계형 싱글맘들도 육천플 이후 경제적 자립에 성공하고 있다. 지난 1월 1기부터 3기수 연속으로 육천플 과정을 하고 있는 이영실 씨(사진)는 양육비조차 받지 못하는 싱글맘이다. 처음 시작할 때만해도 혼자 미술학원을 운영하며 늘 마이너스인 가계부에 힘들어졌지만 최근 플러스로 전환 이후 자신감이 붙었다.
그의 가계부가 ‘흑자전환’한 비결은 이원적 가계부 작성이다. 학원을 운영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인 그는 개인 소비와 학원 지출을 구분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가 지출 분석을 통해 처음을 한 작업은 개인과 학원 운영 가계부를 철저히 분리하는 것이었다.
특히 초반에는 경제 지식이 없어 힘들어했다. 다른 멤버들이 올리는 신문 기사를 읽기도 버거웠고 매일 가계부를 쓰는 일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기수를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얼 마전부터는 해외 주식 투자까지도 성공했다.
지난 4월부터 마이너스가 줄고 8월 이후 가계부 수입란에 빨간불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자기 계발 투자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이 씨는 “가끔 재테기(재테크 권태기)가 오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육천플 단톡방을 보며 힘을 낸다”며 “나태해지고 싶어도 열심히 사는 멤버들을 보면 다시 정신을 차리게 된다”고 말했다.
워킹맘들은 지출 관리가 되면서 회사 일에도 더욱 집중하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직장생활은 한다는 핑계로 가계부 쓰기나 저축에 소홀했던 이들도 뚜렷한 목표가 생기면서 더욱 전투적으로 업무에 매진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시중 은행에 근무하는 양은정 씨는 최근 금융공모전에서 팀원들과 함께 수상을 하며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는 “육천플에서 가계부를 쓰기 시작한 이후 지출액이 전달 대비 50%가 줄었다”며 “평균 80만원 정도를 순수 생활비로 사용 했는데 지금은 40만원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은 40만원으로는 선저축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육천플 시작하면서 결심하고 적금을 40만원 짜리 질러버려서 강제 저축을 하고 있다”며 “불필요한 외식, 아이 용품 등을 줄였는데 무지출을 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하는 재미가 크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큰 손 언니로 통했던 최문영 씨도 육천플 시작 이후 지갑을 깐깐하게 열고 있다. 그는 “후배들에게 밥 사는 걸 즐겨 했다”며 “지금도 밥을 사지만 최대한 외식을 안 해서 식비를 줄이는 게 훨씬 더 즐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