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동생인 김여정이 13일 노동당 제8차 당대회 열병식 동향을 추적한 우리 군 당국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또 김여정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강등된 사실도 확인됐다.
김여정 부부장은 12일 오전 조선중앙통신에 개인 명의의 담화를 발표하고 “해괴한 것은 남조선합동참모본부가 지난 10일 심야에 북이 열병식을 개최한 정황을 포착했다느니, 정밀추적 중이라느니 하는 희떠운(말이나 행동이 분에 넘치며 버릇이 없다) 소리를 내뱉은 것”이라고 말했다.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동생이자 이번 8차 당대회에서 당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강등된 김여정(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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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이 지구상에는 200여개의 나라가 있다지만 남의 집 경축행사에 대해 군사기관이 나서서 정황포착이니, 정밀추적이니 하는 표현을 써가며 적대적 경각심을 표출하는 것은 유독 남조선밖에 없을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남조선 당국이 품고 있는 동족에 대한 적의적 시각에 대한 숨김없는 표현이라 해야 할 것”이라면서 “그런 것이 아니라면 아마도 평양의 경축행사에 남보다 관심이 높다든가 그 또한 아니라면 우리의 열병식 행사마저도 두려워 떨리는 모양”이라고 했다.
김 부부장은 또 “우리가 수도에서 그 누구를 겨냥해 군사연습을 한 것도 아니고 그 무엇을 날려 보내려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목을 길게 빼들고 남의 집안동정을 살피느라 노고하는가”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아울러 “하여튼 그 동네사람들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기괴한 족속들”이라며 “세상사람 웃길 짓만 골라하는데 세계적으로 처신머리 골라할 줄 모르는 데서는 둘째로 가라면 섭섭해 할 특등 머저리들”이라고 독설했다. 김 부부장은 그러면서 “언제인가도 내가 말했지만 이런 것들도 꼭 후에는 계산이 돼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담화를 통해 김여정이 8차 당대회에서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당 중앙위 위원으로 내려앉은데 이어 당 직책도 종전 당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강등됐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김여정 개인 명의의 대남 비난 담화가 발표됐다는 점에서 그의 직위나 직책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정치적 위상이나 역할은 그대로임을 과시했다.
| 북한 조선중앙TV는 6일 전날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8차 당대회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입장하는 가운데 여동생인 당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맨 왼쪽)이 지근거리에서 뒤따르고 있는 모습(사진=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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