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졸업식·입학식 등 많은 행사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화훼업계 표정은 밝지 않다. 꽃다발이 ‘금(金)다발’로 불릴 만큼 가격이 오른 데다 최근 비용 부담을 느낀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꽃다발 ‘되팔이’ 문화가 자리 잡은 탓이다.
9일 아침 기자가 만난 서울 서초구 양재꽃시장 상인들은 “대목인데 체감하기 어렵다”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게시판에 붙은 ‘2024년 학교별 졸업 예정표’에 따르면 이날 전국 초·중·고등학교 졸업식만 수십 곳에 달했는데 꽃다발을 사러 온 손님들의 발걸음은 뜸했다. 이따금 상인들이 꽃을 다듬고 포장하는 소리, 꽃을 옮기는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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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2021년 1월~2024년 1월 기간 절화(가지를 잘라 꽃다발 등으로 쓰는 꽃) 장미의 평균 가격은 8665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올해 1월 기준 장미의 평균가격은 1만6381원으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화훼업계는 자재비·연료비·임대료 등의 원가가 3~4배 가까이 오른 탓에 꽃값이 높게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정작 도소매 상인들은 원가가 급등한 데 비해 판매가는 수년째 5~7만원대로 묶여 있어 득 될 게 없다고 토로했다. 오히려 가격대를 맞추기 위해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꽃을 넣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꽃다발 중고거래 문화까지 생겨나며 화훼업계의 타격은 더욱 깊어졌다. 실제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아이가 잠깐 들었다”는 내용의 ‘졸업식 꽃다발’ 판매글 수십여 개가 올라왔다. 5만원 안팎의 생화 꽃다발이 1만5000원부터 절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었다. 사진에 남길 목적으로 잠깐 필요한 꽃다발을 비싼 가격에 구매하긴 아깝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까닭으로 풀이된다. 오래 보관할 수 있고 실용성이 높은 비누 꽃다발, 인형 꽃다발, 풍선 꽃다발 등 그 종류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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