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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관은 이른바 ‘조국 사태’ 국면에서 민주당 주요 인사들과 거침없는 설전을 벌이면서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특히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녀 입시 비리’ 사건, 독직폭행 사건을 놓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반박·재반박을 주고받았고 이 과정에서 추 전 장관을 “추미애 씨” “딴 세상 사람”이라고 지칭했다가 민주당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상관으로 모시던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을 떠나고 자신은 좌천돼 지방 한직으로 밀려나도 한 장관은 꾸준히 민주당을 비판하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해 7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채널A 사건’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자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 이성윤 서울고검장 등 자신을 공격한 주요 인사들의 이름을 나열한 뒤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지난 25일엔 법무부 장관 직속 인사검증단 설치를 놓고 ‘법무부 권력 비대화’ 논란이 일자 법무부는 이례적으로 관련 논란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설명 자료를 내놨다. 자료에는 “음지에 있던 인사 검증 업무를 양지로 끌어내는 것”, “관리단 업무 위탁이 위법이면 과거 정부 인사 검증도 모두 위법” 등 공문에서 보기 드문 직설적인 언급이 담겨 한 장관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법조계에선 한 장관이 정치 경력이 전무한 이력이 오히려 이 같은 직설 발언을 내놓는 배경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정치인들은 당면한 상황과 돌아올 파장을 미리 계산해 전략적으로 발언하는 데 익숙하지만, 검사 경력만 20년인 한 장관은 ‘침묵은 패배’라는 인식과 더불어 자기 방어권을 제때 행사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한 장관을 가까이서 지켜본 적 있는 법조계 관계자들은 한 장관은 언변이 타고난 데다 지는 것을 특히 싫어하는 성격이라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민주 서정욱 변호사는 “소년 등과하고 검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천재형 인물’인 만큼 남에게 밀리는 것을 싫어할 수밖에 없다”며 “자신은 ‘아무리 뒤져봤자 털릴 게 없다’는 자신감도 거침없는 발언의 배경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언변이 비교적 약한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신해 스피커 역할을 맡고 뒤에서 세세한 사안을 챙기던 과거의 ‘상호보완적 케미’가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 변호사는 “과거 윤 총장이 거시적인 사안 위주로 챙겼다면, 한 장관은 세세한 일들을 도맡는 참모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