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했어요" 애원했는데..유산하자 숨질 때까지 학대한 계모

檢, 공소장서 "유산 계기로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의 감정 생겨"
사망 당시 29.5kg..또래보다 15kg 적어
부검감정 결과 여러 둔력 손상에 의한 사망
친모 "굶어 죽고 맞아 죽는 건 가장 처참한 죽음" 울분
내달 13일 첫 재판
  • 등록 2023-03-23 오전 10:08:42

    수정 2023-03-23 오전 11:42:37

[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친부와 계모의 학대로 온몸이 멍든 채 숨진 인천 초등학생이 숨지기 직전 “잘못했다”며 계모의 팔을 붙잡고 애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 초등생 A군(12)이 사망하기 1년 전 사진(맨 왼쪽)과 사망 한 달 전 사진, 사망 전 편의점에서 포착된 모습.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갈무리)
23일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실이 검찰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최근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계모 A(43)씨가 처음 의붓아들 B(12)군을 학대한 날은 지난해 3월 9일이다. A씨는 B군이 돈을 훔쳤다며 종아리를 10차례 정도 때렸다.

당시 임신 상태였던 A씨는 한 달 뒤 유산을 하면서 그 원인을 B군에게서 찾기 시작했다. 유산 이후 A씨는 약속을 어겼다며 방에서 1시간 동안 무릎을 꿇게 하던 체벌을 점차 늘려 5시간까지 강요했다. 무릎을 꿇는 데 이어 벽을 보고 손까지 들게 하는 식으로 강도도 세졌다. 그사이 한 달에 1∼2번이던 학대 횟수도 지난해 11월에는 7차례로 급격히 증가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B군을 양육하던 중 쌓인 A씨의 불만이 유산을 계기로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미워하는 감정’으로 바뀌었다고 적었다. 친부 C(40)씨는 B군의 행동을 전하는 아내와 부부싸움이 잦아지자 가정불화의 원인이 아들이라고 생각해 학대에 가담했다.

“넌 평생 못 나와”…매일 성경책 필사시키며 감금

A씨의 학대는 점차 가혹해졌다. B군이 초등학교 3학년 때인 2021년 3월부터는 집중력을 높이는데 좋다는 이유로 성경책 필사를 시켰다.

B군은 지난해 9월부터는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2시간 동안 성경을 노트에 옮겨적었지만, 시간 안에 끝내지 못하면 방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감금됐다. 5시간 동안 벽을 보고 무릎을 꿇은 채 성경 필사를 한 날도 있었다.

이에 B군이 견디다 못해 방 밖으로 나오면 다시 방에 가두면서 옷으로 눈을 가리고 커튼 끈으로 의자에 손발을 묶어 뒀다. B군은 사망 이틀 전부터 16시간 동안 이 같은 자세로 묶여 있었다. A씨는 방 밖에서 폐쇄회로(CC)TV와 유사한 ‘홈캠’으로 B군을 움직이지 못하게 감시했다.

숨지기 직전 내민 손도 매몰차게 거부한 계모

1년간 반복적으로 학대를 당하는 과정에서 10살 때인 2021년 12월 38㎏이던 B군의 몸무게는 사망 당일 29.5㎏으로 줄어 있었다. 또래 평균보다 키는 5㎝가 더 큰데도 몸무게는 평균보다 15㎏이나 적었다.

12살 초등학생을 지속해서 학대해 숨지게 한 계모(43)와 아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는 친부(40)가 지난달 16일 오전 각각 인천 논현경찰서와 미추홀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숨지기 10여일 전에는 피부가 괴사하고 입술과 입안에 화상을 입었지만, 병원 치료조차 받지 못했다. 누적된 학대에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B군은 숨지기 직전까지 잠도 이루지 못한 채 신음하다가 “잘못했다”며 계모의 팔을 붙잡았다.

그러나 사망 당일 오후 1시 안방 침대에 누워 있던 계모는 B군이 자신의 팔을 잡자 가슴을 매몰차게 밀쳤다. 영양실조 상태에서 뒤로 넘어져 머리를 바닥에 부딪힌 B군은 이후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아들 눈에 고인 눈물을 잊을 수 없다” 친모의 울분

친모가 공개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감정서에 따르면, B군의 사인은 여러 둔력 손상에 의한 사망으로 확인됐다. 이는 온몸에 반복적으로 강한 힘이 작용해 피부 속 다량의 출혈이 발생해 끝내 사망에 이르는 것이다.

지난달 11일 오후 인천 한 장례식장에서 학대로 숨진 초등학교 5학년생 B(12)군의 발인을 앞두고 친엄마가 아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친모는 B군의 다리에서만 232개가 넘는 상처가 발견됐다며 “친부와 계모는 아이를 기아 수준으로 굶기고 4∼16시간씩 의자에 묶어뒀다. 목숨을 끝까지 붙들고 있던 모습을 보며, 죽기 전까지 견뎠을 (아이의) 고통과 공포를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굶어 죽고, 맞아 죽는 두 가지를 모두 겪은 것은 가장 처참한 죽음”이라며 “아이는 눈조차 감지 못하고 떠났다. 눈을 감겨주려고 해도 너무나 싸늘하게 식어버린 눈이 감겨지지 않았다. 그 눈에, 눈동자에 고인 눈물을 잊을 수 없다”며 엄벌을 호소했다.

한편 이들 부부의 첫 재판은 다음 달 13일 오전 인천지법 324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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