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용성 이수빈 기자] 핼러윈 데이였던 지난해 10월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길가에서 고릴라 인형 탈을 쓰고 여성을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는 외국인 남성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 남성은 영상통화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영상통화도 ‘촬영 행위’라고 보고 혐의를 인정했다.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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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서부지검은 지난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가 충분히 인정되지만, 범행 전후의 정황, 피해 정도, 피해자와의 합의 등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처분이다.
A씨는 지난해 10월31일 핼러윈 데이 축제 당시 이태원의 한 골목에서 고릴라 인형 탈을 쓰고 ‘바니걸’ 복장을 한 여성의 뒷모습 등 신체부위를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이 사건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퍼지며 사람들의 공분을 일으켰다. 이후 피해자가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정식 수사가 시작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불법 녹화가 아닌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를 비췄다”고 주장했다. 실제 경찰이 A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수사한 결과 영상통화 기록만 있을 뿐 사진이나 동영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에 따르면 카메라 등 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유포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영상통화가 ‘촬영’ 혹은 ‘촬영물’에 해당하는지가 관건이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촬영’이 카메라나 그 밖에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 속에 들어 있는 저장장치나 필름에 피사체에 대한 영상정보를 입력하는 행위를 의미함으로 영상통화는 ‘촬영’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영상통화 역시 ‘촬영’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검찰 관계자는 “영상 통화를 불법촬영물로 인정함에 따라 피의자에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피해자가 합의한 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