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한테 주소 알리지 말라"…범죄 예방책 공유하는 여성들

신림동·봉천동 등에서 여성 1인가구 주거침입 잇따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여성들끼리 범죄 예방책 공유
전문가 "여성대상 범죄 처벌 강화와 입법 이뤄져야"
  • 등록 2019-06-07 오전 11:05:44

    수정 2019-06-09 오전 12:52:40

온라인에 퍼진 신림동 강간미수 cctv 영상 (사진=동영상 캡쳐)
[이데일리 손의연 박순엽 기자] “남자친구에게도 집주소를 아직 안 알려줬어요. 혹시 모르니까요.”

서울시 관악구에서 자취하는 20대 여성 임모씨는 최근 교제를 시작한 남자친구에게 자신이 사는 곳을 밝히지 않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스토킹 같은 혹시 모를 범죄를 당하지 않으려면 남자친구는 물론 주변 남성 지인에게 자취방 주소를 알려주지 말라’는 글을 봤기 때문이다.

최근 혼자 사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잇따르면서 여성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여성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자신들끼리 공감대를 형성하며 서로 범죄를 피할 수 있는 예방책을 공유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자기 방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여성대상 범죄 처벌 강화와 더불어 관련 법안의 입법도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내 몸은 내가 지킨다”…자기 방어책 찾아나선 여성들

지난달 31일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 CCTV 영상’ 속 남성이 구속됐다. 신림동 강간미수 영상에는 해당 남성이 귀가하는 여성을 뒤쫓아 집에 침입하려고 하다가 실패하자 한동안 여성의 집 앞에서 서성이는 모습이 담겼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은 해당 남성을 주거침입 혐의로 긴급체포했다가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해당 남성이 문 앞에서 욕설을 했기 때문에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과 비슷한 다른 사건에서는 피의자가 주거침입 혐의만 적용받았다. 지난달 31일 체포된 30대 남성은 지난달 9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중구에서 세 차례에 걸쳐 모르는 여성의 집까지 쫓아가다가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남성은 여성에게 말을 걸거나 신체 접촉을 시도하지 않아 주거침입죄만 적용됐다.

상황이 이렇자 여성들은 자신의 신상을 직접 지켜야 한다며 자기 방어책을 찾아 나서고 있다. 남성의 신발을 현관문 앞에 두는 고전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남성 목소리가 나오는 앱을 깔아두는 식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신림동 강간미수 영상에 대한 글이 올라오자 여성들이 일제히 자신들이 아는 범죄 예방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실제 한 누리꾼이 ‘현관문이 열리면 알림문자가 오는 서비스가 있다’는 글을 올리자 해당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센서의 모델명 가격을 공유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또 정해진 시간에 예약해 놓으면 자동으로 조명이 켜지는 스위치 등 제품을 추천하거나 112신고 앱을 사용하는 방법도 공유했다.

직장인 박혜영(30)씨는 “우리 집 앞이 경찰의 집중 순찰길이지만 누군가 나를 타깃으로 정하고 범행을 시도하려고 하면 소용없지 않느냐”면서 “결국 내 몸을 내가 지켜야 하는데 커뮤니티 댓글을 보며 다들 나처럼 불안해하고 있구나 싶으면서도 서로 유용한 정보를 주고받으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여성 1인 가구 해마다 증가…여성 3명 중 1명, 사회 불안요인은 ‘범죄발생’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여성 1인 가구는 2016년 272만명, 2017년 276만명, 2018년 284만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여성은 사회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2018 사회조사’에 따르면 사회의 가장 주된 불안 요인을 묻는 말에 범죄발생이라고 답한 여성이 29.7%로 남성(20.6%)보다 많았다. 또 야간 보행 안전도에 대한 설문에서는 여성의 47%가 야간 보행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남성(25.7%)보다 두 배 가량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현행 법이 자신들을 지켜줄 수 없다는 불안감으로 여성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라며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는 스토킹을 방지할 수 있는 법안도 없는데다 경찰도 미온적 대응을 하니 여성들이 현행법이 자신들을 보호해줄 수 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라며 “실제로 가택, 주거 침입 등의 피해를 당할 경우 혼자 사는 여성들이 일반인보다 11배 더 피해를 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때 경찰의 초동 대응 논란이 일었는데 경찰도 관련법이 없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여성 대상 범죄가 강력한 처벌을 받도록 국회가 나서서 관련 법안을 입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줄 길게 선 김호중 공연장
  • 칸의 여신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