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천하의 나이키(NKE)도 불어나는 재고(inventory)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과잉 재고에 시달리고 있는 나이키가 다음주 발표할 예정인 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를 앞세워 월가 투자은행들이 줄줄이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낮추는 눈높이 조정에 들어갔다.
아드리엔 이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는 20일(현지시간) 나이키에 대한 투자의견을 종전 ‘비중확대(Overweight)’에서 ‘시장보유평균(Equal Weight)’로 하향 조정하면서 “과잉 재고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이키가 다음주 질적으로 악화한 실적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니 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식을 살 생각은 하지도 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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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클레이즈는 나이키의 투자의견을 낮춘 이유를 크게 5가지로 들었다. 첫째, 소매부문에 이어 도매부문에서도 수요가 둔화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 범(凡)중국권 시장에서는 코로나 봉쇄 등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셋째, 과도하게 늘어나는 재고가 영업 리스크를 키울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넷째, 그동안 중국 수요 부진을 메워줬던 북미와 유럽·중동 및 아프리카 등지에서의 수요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50%가 훌쩍 넘는 해외 매출 탓에 달러화 강세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애널리스트는 나이키의 목표주가를 종전 125달러에서 110달러로 12%나 낮췄는데, 이는 전일 종가와는 8달러 정도 차이로 앞으로 주가가 크게 뛸 일이 없다는 얘기와 같다. 이 같은 보고서가 나오니 이날 뉴욕 주식시장 정규장에서 나이키 주가는 전일대비 4.79% 하락한 102.42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다 풀리지도 않았는데, 또 다른 악재들까지 동시에 덮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특히 (나이키의 안방인) 북미시장에서의 재고 위험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고, 그동안 중국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을 상쇄해 준 북미와 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매출이 저조해지고 있는 만큼 나이키에 대한 도전은 계속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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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올 가을과 연말 쇼핑 시즌을 맞아 나이키가 큰 폭의 할인행사를 미국 소매점들에서 진행하겠지만, 재고 수준은 내년에 더 높아질 것”이라며 나이키의 도매사업 역시 내년 봄부터 매출 둔화를 겪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실 나이키는 작년 말부터 한동안 공급망 이슈로 인해 원재료 공급을 못 받아 수요에 맞춰 판매하지 못할 정도로 재고 부족을 겪었었다. 그러나 이 문제가 풀리면서 올 봄 이후로는 재고가 급증하면서 이제는 수요 둔화에 따른 과잉 재고까지 우려하는 상황이 된 것.
결국 과잉 재고 우려도 수요 부진에서 오는 셈인데, 범중국권에서의 매출 감소에다 북미시장 부진은 이미 2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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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분기 나이키의 전사 매출은 467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5% 정도 늘었지만, 범중국권에서는 19%, 북미에서는 5% 각각 감소했다. 그나마 아시아 태평양과 남미 매출이 15% 늘었고,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에서 9% 늘었는데, 이제는 유럽 등지에서도 수요 둔화가 확인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우려는 최근 보고서를 낸 코웬도 마찬가지였다. 코웬은 나이키에 대한 투자의견 ‘시장수익률상회(Outperform)’를 유지하면서도 목표주가를 127달러에서 124달러로 소폭 낮췄다.
코웬은 “유럽 시장에서의 수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미국 내 재고 증가와 중국시장에서의 회복 여부 등이 결정적 변수가 될 것 같다”면서 “아울러 7월 이후 강세를 보였던 달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 영향도 더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