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는 증권?”…미국 법원 엇갈린 판결, 투자자 혼란

미 법원, 리플 소송 관련 “개인투자자 판매는 증권 아냐”
테라 사태에선 사실상 증권 인정…거래소 주가도 변동성↑
당분간 가상화폐 투자 불확실성…“업계가 빨리 길 찾아야”
  • 등록 2023-08-03 오후 2:21:26

    수정 2023-08-03 오후 7:26:16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가상자산(가상화폐)을 주식과 같은 증권으로 볼 수 있을까. 가상화폐가 증권으로 분류되면 증권법 등 수많은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상대적으로 운용이 자유로운 가상화폐의 장점이 훼손되는 셈이다. 증권이 아닌 상품으로 규정된다면 좀 더 공격적인 판매와 거래가 가능해지는 만큼 시장에서는 증권성 판단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가상화폐의 증권성 여부를 놓고 상반된 판결이 나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약 400억달러 투자금을 날린 일명 ‘테라 사태’를 일으킨 권도형 테라폼랩스 설립자가 지난 6월 16일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은 최근 테라가 증권이 아니라는 권씨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실상 증권으로 인정했다. (사진=AFP)


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미국에서 최대 규모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코인베이스글로벌 주가는 90.43달러로 장을 마쳤다. 지난달 31일(98.61달러)와 비교하면 2거래일 만에 8.3% 가량 떨어진 수준이다. 코인베이스 주가가 떨어진 이유는 최근 가상화폐와 관련한 법원의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의 제드 레이코프 판사는 지난달 3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테라폼랩스 및 설립자인 권도형간 소송 판결에서 가상화폐를 사실상 증권으로 분류했다.

SEC는 지난 2월 테라 폭락 사태와 관련해 권도형을 무기명증권 제공·판매를 통한 사기 혐의로 제소했으며 권씨측은 테라는 증권이 아니라며 소송 기각을 요청한 바 있다.

이번 판결은 지난달 13일 가상화폐인 리플 발행사 리플랩스와 SEC간 소송 관련 판결과 상반된 결과여서 주목받았다. 당시 미국 뉴욕 지방법원의 아날리사 토레스 판사는 리플이 기관투자가에게 직접 판매할 땐 증권이지만 일반 대중에게 판매 시 증권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개인투자자 관련 가상화폐 거래에서 증권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증권법 등 수많은 규제에서 빠질 수 있는 호재로 여겨졌다. 코인베이스 주가도 당일 24.5%나 급등했다.

그러나 레이코프 판사는 토레스 판사처럼 가상화폐를 대중·기관 판매로 구분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가상화폐를 누구에게 팔든 똑같이 증권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는 리플 사건과 관련해 토레스 판사의 논리를 따르면 안된다는 SEC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가상화폐의 증권성을 두고 법원 내에서도 판단이 갈린 이유는 증권을 ‘타인의 노력으로부터 파생되는 이익에 대한 합리적 기대가 있는 일반 기업에 대한 투자’로 규정하고 있어서다.

토레스 판사의 경우 가상화폐를 일반 대중에게 팔 때는 구매자가 회사 이익을 공유할 것으로 예상했다는 증거가 없어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SEC는 테라 사태와 관련해 권씨가 최소 400억달러 이상의 시장 가치를 소멸시킨 사기의 일환으로 미등록 증권을 판매했다고 봤다. 피해자인 일반 개인투자자들은 권씨측이 자신의 투자금을 가져가 대신 수익을 창출한다고 예상했기 때문에 증권성을 지니고 있다는 게 SEC와 레이코프 판사의 판단이다.

결국 가상화폐의 증권성을 둘러싼 상반된 법원 결과에 따라 앞으로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일단 레이코프 판사가 토레스 판사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만큼 뉴욕 연방 항소법원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소송이 장기화 될 경우 가상화폐 투자 불확실성 또한 높아질 가능성이 크고 판결 후에도 논쟁이 지속될 여지가 있다.

해리스 생로랑 앤 웨슬러 LLP의 파트너인 앤드류 생로랑은 블룸버그에 “입법적으로 해결되기까지에는 기껏해야 몇 년이 걸릴 것”이라며 “업계는 현재 가상화폐 환경을 둘러싼 규제와 법원 판결 속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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