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갑작스럽게 숨지면서 헌신적인 병수발 뒤 숨어있던 잔인한 진실이 세상에 공개됐다.
22일 울산지방법원 형사11부(박현배 재판장)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A(72)씨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억울하다고 항변했지만, 국민참여재판 국민 배심원과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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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10년 전부터 간경화 등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해 보행보조장치가 없으면 스스로 이동하기 힘든 상태였다. 이에 A씨는 오랜 기간 B씨를 보살피면서 동시에 아파트 청소일을 하며 생계를 꾸렸다.
결국, 사건 당일 A씨는 B씨를 폭행한 뒤 “남편이 다쳤다”며 직접 119에 신고했다. 출동한 119구급대원은 B씨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며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B씨는 끝내 숨졌다.
지난 20일 A씨에 대한 1심 재판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렸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B씨는 갈비뼈 양측 24개에 모두 골절이 보였다. 또 오른쪽 겨드랑이 부위부터 아래로 6개의 추가로 골절된 상태였다. 숨진 B씨의 사진을 본 배심원들은 “미이라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검 결과 B씨의 직접적 사인은 장간막 파열로 인한 다발성 출혈이었다. 두 사람 사이 자녀가 없던 점으로 미루어보아 B씨에게 물리적 충격을 줄 수 있는 사람은 A씨가 유일했다. 또 A씨가 사건 당시 막걸리를 마신 음주 상태였다는 점도 드러났다.
이에 검찰은 A씨에 대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A씨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A씨 측은 “넘어져 있는 피해자를 발견하고 정신을 차리게 하기 위해 머리를 흔들고 얼굴 부위를 쳤을 뿐이다”며 “피해자를 넘어뜨리게 하거나 가슴과 복부를 발로 차거나 밟은 사실이 없다”라고 항변했다.
증인으로 나온 숨진 B씨의 친동생도 “형수가 그럴 리 없다”라며 선처를 바라기도 했다.
이날 국민참여재판은 공판부터 배심원 평의까지 12시간가량 이어졌다. 배심원 7명은 고심 끝에 모두 A씨가 유죄라고 봤다. 이중 배심원 4명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나머지 3명이 징역 4년의 의견을 냈다.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응급실 의사는 “오른쪽 옆구리가 심하게 부어 있을 정도로 외상이 심각해 큰 교통사고를 당한 환자인 줄 알았다”라고 했다. 함께 출석한 부검은 “갈비뼈가 부러질 정도의 충격이 있으려면 찰과상과 멍자국 등이 있어야 한다”라며 “피해자 손등에 발생한 멍 자국의 경우 ‘방어흔’이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배우자인 피해자에게 다발골절 및 장간막 파열 등의 상해를 가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피해자가 입은 상해가 가볍지 않고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점 등에 비추면 죄질이 좋지 않다”라고 판시했다.
다만 “오랜 기간 홀로 생계를 책임지면서 간병한 점, 다소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라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