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어린이' 적힌 대피소에 폭탄…빵집 줄선 민간인에겐 총격(종합)

러, 우크라 전역서 민간인 대상 무차별 공격 지속
대피소 폭격후 “우리 아냐, 우크라 자행" 주장
빵 얻으려 줄선 시민들에 무차별 총격…10명 사망
키이우 대통령궁 3㎞ 떨어진 민간인 지역도 폭격
  • 등록 2022-03-17 오후 2:56:13

    수정 2022-03-17 오후 2:59:30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상대로 무차별 공격을 지속했다. ‘어린이’라고 적혀 있는 민간인 대피소에 폭탄을 떨어뜨리고, 빵을 얻기 위해 줄서 있던 민간인들에게 총격을 가했다.

상업 위성업체 막사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촬영한 마리우폴 드라마 극장(Mariupol‘s Drama Theatre)의 위성사진. 극장 앞뒤로 러시아어로 ‘어린이들’(ДЕТИ)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AFP)


러, ‘어린이’ 적힌 대피소 폭격한 뒤 “우크라 자행”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CNN방송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우크라이나 남동부 도네츠크주 마리우폴에서 민간인 대피소로 사용되고 있던 드라마 극장(Mariupol‘s Drama Theatre)에 공습을 단행했다. 공격을 받은 극장은 마리우폴 도심에 있는 문화 유적지라고 WP는 설명했다.

이번 공격으로 극장 건물은 전체적으로 심하게 파손돼 무너졌다. 극장 지하에 대피해 있던 마리우폴 시민 수백명은 순식간에 거처를 잃게 됐다. 사상자와 관련된 소식은 아직 전해진 것이 없다.

이와 관련, 파블로 키릴렌코 도네츠크 주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건물 입구가 잔해로 막혀 있어 수백명 주민들의 운명(생사)을 알 길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잔해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임산부와 아이를 데리고 온 여성들이다. 이번 공격은 완전한 테러”라고 비난했다.

극장에 대한 공격은 러시아군이 민간인 대피소임을 알고 감행한 것으로 관측된다. 상업 위성업체 막사가 제공한 위성사진을 보면 극장 마당 앞뒤로 러시아어로 ‘어린이들’(ДЕТИ)이라고 적혀 있다. 이는 러시아군이 민간인 지역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마리우폴 시의회가 적어 놓은 것이다.

마리우폴 시의회는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의 비행기가 수백명의 평화로운 마리우폴 주민들이 숨어 있는 상징적인 건물에 고의적으로 폭탄을 떨어뜨렸다. 극장 중앙부와 입구가 파괴됐다. 아직도 이 끔찍하고 비인간적인 행위의 규모를 가늠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번 공격에 대해 “또 다른 끔찍한 전쟁 범죄”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군 항공기는 마리우폴에서 지상 목표물에 대한 공격과 관련해 어떠한 작업도 수행하지 않았다”며 공격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극우 민족주의 집단이자 준군사조직인 아조우(아조프) 대대가 극장 건물을 폭파해 새로운 유혈 도발을 저질렀다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구 43만명의 도시 마리우폴은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돈바스)와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를 연결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사진=AFP)


빵 얻으려 줄선 시민들에 무차별 총격…10명 사망

우크라이나 북부 도시 체리니히우에서는 빵을 얻으려고 줄을 서고 있던 시민 10명이 러시아군의 총격에 목숨을 잃었다.

키이우 주재 미국 대사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오늘 체르니히우에서 빵을 사려고 줄을 서 있던 10명이 러시아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며 “이같은 끔찍한 공격은 중단돼야 한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을 상대로 한 잔혹한 범죄 책임을 묻기 위해 가능한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검찰도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 병사들이 체르니히우 식료품점에서 빵을 구하려고 줄서 있던 사람들에게 발포했다. 이로 인해 민간인 1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수도 키이우에서는 대통령궁에서 불과 2마일(약 3.2㎞) 떨어진 주택가를 포함해 시내와 주변 지역에 대한 폭격이 지속됐다. 사상자 등 피해 규모는 아직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연일 이어지는 러시아군의 맹폭에 키이우에서는 지난 15일부터 35시간 동안 통행금지령이 내려진 상태다.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의 이호르 테레호프 시장은 이날 러시아 침공 후 지금까지 총 600채 이상의 건물이 파괴됐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군은 지상과 하늘에서 끊임없이 포격을 가하고 있다”면서 “학교, 보육원, 병원, 진료소 등도 파괴됐다”고 설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AFP)


젤렌스키 “우크라, 매일이 9·11 테러 같은 악몽”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미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민간인에 대한 포격을 시작한 순간 모든 위험(한계)선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이날 미 의회에서 화상 연설을 진행하며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매일 진주만 공습과 9.11 테러와 같은 악몽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추가 지원을 호소했다.

WP는 러시아군의 이번 공격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처음으로 ‘전범’으로 공개 발표한 이후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대공·대전차 무기와 드론을 포함해 우크라이나에 8억달러(약 9720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장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푸틴 대통령을 전범으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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