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의 위기감과 불안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
국내 반도체 전문가 대부분이 반도체산업은 이미 위기에 빠졌거나 위기 직전이라고 봤다. 장·단기 대외리스크에 따른 현 위기 상황이 금세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이들 전문가는 예측했다. 정부가 규제 완화를 비롯한 전폭적인 지원 정책, 경쟁국에 대한 적극적이고 세련된 외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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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국내 반도체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국내 반도체산업 경기 인식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들 전문가의 76.7%는 현재 반도체산업이 처한 상황을 ‘위기’라고 규정했다. 위기 상황 초입이라는 답변이 56.7%, 위기의 한복판이라는 답변이 20%였다. 또 ‘위기상황 직전’이라는 응답도 20%로 나타났다. ‘위기상황이 아니다’라는 답변은 3.3%에 불과했다. 현 상황을 위기 혹은 위기 직전이라고 진단한 전문가들에게 ‘현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냐’고 묻자 58.6%는 내후년 이후라고 전망했다. 내년까지로 본 전문가는 24.1%, 내년 상반기는 13.9%, 올해 말은 3.4%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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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과제로는 칩4(Chip4·미국 주도의 한국 미국 일본 대만 간 반도체 동맹) 대응 등 정부의 원활한 외교적 노력(43.3%), 인력 양성(30%), 연구개발(R&D) 지원 확대(13.3%) 순으로 비중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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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이날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에 의뢰해 작성한 ‘대만의 산업 재편 현황·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이 보유한 10억달러 초과 반도체 대기업 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1위인 TSMC를 비롯해 모두 28개로 한국(12개) 대비 2.3배 많다. 대만 국내총생산(GDP)은 작년 기준 7865억달러로, 한국(1조7985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와 관련,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대만의 성공비결은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만한 첨단·미래산업에 대해 정부가 인력, 연구개발(R&D), 세제,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등 모든 분야에서 규제를 풀어주고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산업정책을 펼친 데 있다”고 했다.
2019~2021년 3년 평균 법인세 부담률을 통해 조세환경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26.5%로 대만(14.1%)보다 부담이 1.9배 컸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반도체와 같이 대규모 투자와 연구개발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분야의 경우 정부가 인력·R&D·세제 등 전 분야에 걸쳐 상호 연계하고 세밀하게 지원하는 게 필수적”이라며 “대만은 핵심 기술인력 확보의 경우 국내 우수인력 육성과 해외 핵심인력 유치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데 한국이 정책적 활용 차원에서 이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