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사망' 양양 헬기, 제자리서 '빙글빙글'…CCTV 포착

전문가, 헬기 '기체 결함' 가능성 제기
"테일 로터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 등록 2022-11-28 오후 6:05:36

    수정 2022-11-28 오후 6:05:36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강원 양양에서 산불 계도 비행 중이던 임차 헬기가 추락해 탑승자 5명이 숨진 가운데, 인근 폐쇄회로(CC)TV에 추락 당시 상황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사고 발생 당시 인근에 설치된 산불감시용 CCTV 속 영상에서 헬기는 그리 높지 않은 상공을 비행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더 진행하지 못하고 멈춰서다시피 하더니, 제자리에서 2~3바퀴를 빙글빙글 돌고 그대로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영상 속 장면을 토대로 헬기 꼬리의 회전날개가 고장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헬기 추락 사고 발생 이틀째인 28일 오전 강원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에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이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헬기 위쪽에서 선풍기처럼 수평으로 돌아가는 부분을 ‘메인 로터(주 회전날개)’라고 하고 꼬리 부분에서 수직으로 돌아가는 부분을 ‘테일 로터(꼬리 회전날개)’라고 일컫는데, 테일 로터가 작동하지 않으면 항공기는 메인 로터가 회전하는 반대쪽으로 뱅뱅 돌게 돼 있다.

최기영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헬기가 제자리에서 돌았다고 하는 건 테일 로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엔진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보이지만, 테일 로터 혹은 테일 로터로 가는 동력계통에 문제가 생겼다고 추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도 영상을 보고 “테일 로터가 손상되거나 연결된 동력전달축이 손상되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석은 사고 원인이 조종사의 과실일 가능성보다 기체 결함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28일 강원 양양 장례식장에서 기체를 지자체에 임대한 민간 업체 트랜스헬리의 이종섭 대표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사고가 난 헬기 업체 트랜스헬리 대표 이종섭씨(68)는 이날 사고 사망자들의 시신이 안치된 양양장례문화원 앞에서 취재진에게 사고 관련 입장을 밝혔다.

이씨는 사고 헬기가 ‘노후 헬기’로 알려진 것에 대해 “항공기는 제작 후 기본 50~60년을 사용할 수 있게 설계가 돼 있다”며 “자동차의 리콜 개념처럼 항공기 역시 20년 동안 보강·보완하고 신뢰할 만한 항공기가 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사고 헬기는 미국 시코르스키사(社)의 S-58JT 기종으로 1975년 2월 17일 제작됐다.

한편 전날 오전 10시 55분쯤 강원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명주사 인근 야산에서 산불 진화용으로 임차해 운용 중이던 헬기 1대가 추락해 탑승자 5명 전원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27일 오전 10시 50분께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명주사 인근 야산에서 임차 헬기가 추락한 가운데 헬기 파편이 약 200m 주변 논바닥에 떨어져 있다.(사진=연합뉴스)
소방당국은 화재를 진압한 뒤 시신 5구를 수습해 기장 A(71)씨, 정비사 B(54)씨, 부정비사 C(25)씨의 신원을 확인했다.

이륙 전 접수된 비행 신고서엔 A씨와 B씨만 탑승한다고 기록되어 있었지만, 실제 탑승 인원은 5명이었다. 사망한 C씨는 주유 담당 정비사로 파악됐다.

이날 경찰은 신원 미상이었던 2명을 동승탑승차량 지문 채취를 통해 신원을 확인했다. 이들은 경기도에 주소지를 둔 56세·53세 여성으로, 다만 두 사람이 헬기를 탑승한 이유와 사망자 간의 상호 관계에 대해선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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