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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오는 고 장자연 사건의 증인이다. 그가 증인이라고 해서 모든 말과 행동이 면죄부를 받는 건 아니다. 윤지오는 현재 그가 책을 내기에 앞서 접촉한 김수민 작가로부터 지난달 23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경찰에 고소를 당했다. 박훈 변호사는 26일 윤지오가 후원금을 모금한 것을 문제 삼으며 서울지방경찰청에 사기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윤지오는 “원래 예정돼 있던 일정이었다”며 논란이 타오를 즈음 캐나다로 떠났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캐나다 시민권자인 그의 어머니는 한국에 있었고, 협박을 당했고, 숙소가 노출됐단다.
윤지오는 최근 인스타그램에 “마치 나를 죄인 취급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한가지가 빠진 건, 아무도 고 장자연 사건에서 증인의 ‘죄’를 묻는 게 아니라는 거다. 후원금 유용 등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다면 죄가 있을지 모른다는 의혹이다.
윤지오는 자신의 발언에 팩트와 주장을 섞는다. 주장에 대한 의심과 반박을 팩트에 대한 공격으로 희석시킨다. 의심을 담은 메시지에 반박하는 대신 의심하는 메신저가 의심스럽다고 공격한다.
윤지오는 1일 자신의 SNS에 “저는 피해자는 왜 검은색 옷만 입고 구석에서 울어야만 하냐고 물었지 제가 왜 검은색 옷만 10년 내내 입어야 하냐고 반문했다”고 눙쳤다. 또 “비영리단체 ‘지상의 빛’ 후원금으로 쓰일 것이고 지상의 빛에서 모인 후원금 또한 저는 1원도 쓰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슬프게도 악의적인 댓글과 증인으로 10년 동안 16번의 증언을 하였음”이라는 팩트를 놓고 공격을 한 이들은 바로 고 장자연 사건을 묻으려는 이들이다. 윤지오에게 고 장자연의 유서를 직접 보았느냐, 과거 조서에 쓰인 발언과 왜 현재의 입장이 어긋나느냐, 그리고 후원금 등이 과연 합당하게 쓰였느냐 등을 묻고 있는 또 다른 이들이 있다.
고 장자연은 2009년 3월 7일 세상을 떠났다. 당시 그의 실명과 지장이 찍힌 문건의 사본으로 추정되는 자필 문서가 발견됐다. 대중은 그의 석연치 않은 죽음을 놓고 원인을 제공한 이들을 단죄해야 한다고 공론화했다. 필자 역시 당시 사건을 취재할 당시 궁금증을 다 풀지 못했다.
윤지오가 “장자연의 억울한 죽음이 더 주목받아야 한다”며 과거사를 다시 꺼낼 당시 많은 이들은 그의 순수성을 의심하지 못했다. 대표적인 언론인인 손석희도, 이슈를 만들어내는 방송인 김어준도, 진보적 시각을 가진 안민석 국회의원도 그의 곁에 섰다. 윤지오가 셀럽에게 보낸 수많은 메시지 중 하나를 덜컥 받은 배우 정우성은 ‘십자가에 종탑 같은 분이 되셨다’고 평했다.
정우성을 포함한 이들은 윤지오가 당시 한 차례 술자리에 함께했던 팩트 때문에 그의 이어지는 주장을 팩트체크 없이 동조했다. 결국 윤지오의 주장은 그 자체로 성역이 됐다. 그의 주장에 고개를 갸웃거리면 그의 요즘 발언이 아닌 당시 증언을 거부하는 것처럼 몰아붙였다.
고 장자연의 검찰과거사 진상조사단도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윤지오의 입만 바라본 조사단 고위 관계자와 달리 조사단 안에서 일부 진술이 믿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한다. 앞서 손석희도, 김어준도, 안민석도, 그리고 정우성도 성역을 만들어 고 장자연의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는 데 혼란을 준 책임을 져야 한다.
고 장자연 사건을 조사하는 검찰과거사위원회의 활동이 5월 말로 끝난다. 이제라도 조사가 아닌 강제 재수사에 나서 고 장자연의 억울함을 풀어야할 시점이다.
분명한 건 이슈가 되니까 그 이슈를 영리하게 이용해 그동안 못해본 것들을 해보려고 한 이들은 누구든지 고 장자연이 무덤에서라도 그 죄를 물을 것이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