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억 유령청사·로또 특공 어떻게 가능했나…예산심의부터 곳곳이 구멍

세종 신청사 추진 과정서 국회·기재부·행복청 모두 헛발질
주무부처 행안부 확인도 안거쳐…문제 불거지자 확인 의무화
권영세 "여러 부처서 절차 위반…총체적 관리 부실 드러나"
  • 등록 2021-05-20 오전 12:00:00

    수정 2021-05-20 오전 7:13:32

세종시 반곡동에 위치한 관세평가분류원 세종 청사.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한광범 기자]짓기만 하고 입주도 못할 171억 유령청사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수백억 예산을 심사·집행하면서 관련 규정을 확인조차 하지 않은 부실한 검증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관세평가분류원이 세종 신청사 건립을 위해 171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배정받는 과정에서 청사 건립을 추진한 관세청은 물론 예산을 편성한 기획재정부와 이를 심사한 국회 모두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에 청사 설립이 가능한 지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행안부 고시인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은 관평원을 세종시 이전 제외 기관으로 명시했다. 기재부는 지난 1월 뒤늦게 청사 건립 등 공용재산 취득 사업에 대해서는 주무부처인 행안부 확인 절차를 의무화했다.

청사 부지 및 이전완료 기관 구성원에 대한 아파트 특별공급을 담당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또한 검증 과정을 소홀히 해 유령청사 건립과, 직원들의 특별공급 아파트 취득에 한 몫을 했다

관세청은 2015년 10월 토지주였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부지 가격에 대한 논의 후 다음 달 25일 행복청에 신축부지 검토를 요청했다. 행복청은 이전 대상인지조차 확인하지 않고 “개발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회신했다.

이를 근거로 관평원은 기재부 세종청사 신축을 위한 예산 171억원 편성을 요청했다. 당시 관세청은 사업 목적에 “한중 FTA 발효 등에 대처하는 심사·연구·인증·국제분쟁해결 핵심 역할 수행과 한미·한EU·한중FTA 발효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협상 추진을 위해 신축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기재부는 2016년 3월 세종시 반곡동 토지 6783㎡에 지상 4층, 지하 2층 규모의 관평원 청사 신축 사업이 담긴 2017년도 국유재산관리기금 공용재산취득사업계획안을 확정했다. 이어 2017년 설계비 4억 3000만원을 포함한 9억 8200만원 편성을 시작으로 △2018년 58억 5500만원 △2019년 62억 4700만원 △2020년 40억 3900만원 등 총 171억원 규모의 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에 상정했으며 국회 승인을 얻어지급했다. 결과적으로 관세청, 기재부, 행복청, 국회까지 국기기관 4곳이 규정상 불가능한 사업을 승인해준 셈이다.

관세청은 기재부가 예산을 지급하자 2017년 2월 22일 LH와 토지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관평원은 이 계약을 근거로 같은 해 3월 7일 행복청에 아파트 특별공급 대상기관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했고 행복청은 같은 당 22일 추가 지정 됐음을 통보했다. 청사 건립이 실제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토지계약만으로도 특별공급을 가능하게 한 허술한 관련 조항이 낳은 결과다.

지난달 28일 세종시 나성동에 입주를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아파트 단지 사이로 신호등이 붉은빛을 깜박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관세청은 애초 행안부 고시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관세청 측은 “해당 고시는 2005년 전자관보에만 전문이 게재됐다”며 “국가법령센터 등에 전문이 아닌 일부 내용만 게재돼 있어 내용을 인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관세청은 관평원 이전과 관련해 행복청에 허위 답변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행복청은 2018년 2월 뒤늦게 관련 고시를 확인하고 관세청에 “관평원이 이전 제외 기관으로 명시돼 있어 이전 추진을 위해선 관련 기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냈다.

이에 관세청은 같은 달 8일 행안부 공식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행안부에서 고시 개정 시 관평원을 세종시 이전 대상 기관에 포함되도록 긍정적으로 검토 후 반영할 예정”이라고 회신했다. 관세청은 같은 달 26일에서야 행안부에 “세종시에 부지를 확보했고 독립청사 신축이 진행 중”이라며 이전 제외 대상에서 관평원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행안부는 한 달 후 “변경고시 대상이 아니다”며 이를 거부했다. 그러나 관세청은 설계 완료를 이유로 공사를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행복청은 관세청과 신청사 건축 협의도 진행했다.

관세청의 공사 강행에 행안부는 2019년 9월 진영 당시 장관 지시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지만, 감사원은 감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듬해 2월 각하했다. 행안부는 공사가 완료된 이후인 2020년 5월 관세청에 최종적으로 이전 불가 통보를 했다.

그러나 관평원 직원들의 특공 자격은 이후에도 5개월이나 더 유지됐다. 행복청은 같은 해 10월 22일 행안부에 관평원 이전 여부에 대한 질의를 통해 ‘이전 불가’ 방침을 확인한 후에야 특공 확인서 발급을 중단했다.

기재부도 이 과정에서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올해 1월 내놓은 2022년도 공용재산취득사업계획안엔 행안부 협의 결과서 첨부를 의무화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개정을 통해 정부청사 관리 담당부처인 행안부 사전 확인·점검 절차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허술한 시스템이 유령청사로 인한 혈세 낭비와 불법 특공 의혹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영세 의원은 “여러 부처에서 공통적으로 절차를 위반하는 등 총체적 관리 부실이 드러났다”며 “불법성이 드러난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직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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