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무죄 무전유죄” 지강헌은 누구를 가리켰나[그해 오늘]

1988년 대한민국에 라이브 중계된 인질극
지강헌 '유전무죄 무전유죄' 외치며 사망
  • 등록 2022-10-16 오전 12:03:00

    수정 2022-10-16 오전 12:03:00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돈 없고 권력 없이는 못 사는 게 이 사회다. 대한민국의 비리를 밝히겠다. 돈이 있으면 판검사도 살 수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우리 법이 이렇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돈 있는 사람은 죄가 없고, 돈 없는 사람은 죄가 있다는 이 말은, 부패한 사법부와 황금만능주의를 비판하는 표현으로 탈주범 지강헌이 외쳐 유명해졌다. 2012년 영국 경제지 더 이코노미스트에서 한국어 발음 그대로를 따와 ‘Yujeon mujwai mujeon yujwai’라고 싣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1988년 10월 16일 때아닌 인질극이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지강헌을 비롯한 탈옥범 4인이 서울 서대문의 한 가정집에 침입해 가족들을 인질로 삼고 인질극을 벌였다.

지강헌은 목적이 있었다. 사건이 발생하기 일주일 전인 1988년 10월 8일 지강헌은 영등포교도소에서 공주교도소로 이송되던 중 교도관을 흉기로 찌르고 탈주해 서울 시내로 잠입했다.

교도관을 흉기로 찌르면서 지강헌은 흉악범이 됐지만 그 이전까지는 잡범에 불과했다. 가정집에서 556만원을 훔친 죗값으로 징역과 보호감호를 포함해 17년간 자유를 박탈당해야 했다.

지강헌은 반면 73억원을 횡령한 전두환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이 겨우 7년 선고에, 그마저도 3년도 지나지 않아 풀려난 사실에 분개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대한민국 헌법 11조 1항은 그저 구호일 뿐이었다.

전경환은 새마을운동협회 중앙본부 명예회장 겸 명예총재를 지내면서 73억 6000만원 횡령, 새마을신문사의 10억원 탈세 등으로 기소돼 1989년 5월 징역 7년을 받았다. 그러나 2년 1개월이 지난 1991년 6월 가석방 됐으며, 고작 반년여가 지난 1992년 1월 사면 복권됐다.

형벌의 무게가 가벼워서였을까. 전경환은 2000년 5월 빌린 돈 20억원을 갚지 못해 소송을 당한 끝에 패소했고 2004년에도 모 건설업체 대표에게 외자 1억 달러를 유치해 주겠다고 약속하고 15억원과 7만 달러를 가로챘다가 다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마저도 2개월 수감생활을 하다가 건강을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신청해 구치소를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인질극을 벌이던 4명 중 두 명은 자살하고, 지강헌도 자살을 시도하다가 경찰특공대의 저격에 끝내 사망했다. 한 명만이 경찰에 다시 체포됐다. 강영일씨다. 그는 19년을 복역한 뒤 석방됐다.

2006년에는 해당 사건을 토대로 가공 설정을 덧붙인 영화 ‘홀리데이’가 제작돼 전국 125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비록 범죄자의 문제제기이지만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공감하고 있던 우리 사회의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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