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도 쉬어간 크리스마스[그해 오늘]

1차 세계대전 발발하고 처음 맞은 크리스마스
서부전선에서 기독교 병사 중심으로 비공식 휴전
군 수뇌가 알면서 한번에 그친 크리스마스 휴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서도 기대했지만 무산
  • 등록 2022-12-25 오전 12:03:00

    수정 2022-12-25 오전 12:03:0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1914년 12월25일. 영국군과 독일군 간에 축구 경기가 열렸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양국은 어제까지만 해도 적대국 관계였다. 서로에게 겨눴던 총부리를 내려놓은 배경은 크리스마스였다.

1914년 크리스마스 휴전 당시 영국군과 독일군 장교가 만나 비공식 회의를 하는 장면.(사진=영국 임페리얼 전쟁 박물관)
1차 세계대전 당시 서부전선(지금의 독일과 프랑스 국경 부근)은 격전지였다. 전쟁이 발발하자 독일은 프랑스를 점령하고자 총력을 퍼부었다. 이 과정에서 영국은 프랑스를 돕고자 전선에 병력을 투입했다. 영국 우방 벨기에가 독일 침공을 받으면서 참전이 불가피했다. 프랑스가 밀리면 그 다음은 영국이기도 했다.

영·프·독 삼국 간에 전투는 참혹했다. 서부 전선이 참호전 양상을 띤 게 컸다. 참호를 파고 전방의 상대 참호를 점령하면서 전선을 밀어나가고, 거꾸로 참호를 내어주면 전선이 뒤로 밀리는 식이었다. 이런 전투가 24시간 지속했기에 전투에 대한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게 참호전 특징이다. 상대에 대한 적개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전쟁 발발 이후 첫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은 것이다. 어느 쪽 진영에서 병사들이 캐럴을 부르기 시작했다. 유럽은 기독교의 나라였고 양국 병사 상당수는 기독교 신자였다. 이 캐럴 소리가 반대쪽 진영에 도달했고 답가가 흘러나왔다. 참호전 특성상 서로 간에 거리가 그리 멀지 않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몇몇 병사들이 참호에서 나와 촛불을 켜고 춤을 췄다. 어제 같으면 빗발쳤을 총알이 날아들지 않았다.

서부 전선 일부에서 이런 광경이 펼쳐졌다고 전해진다. 야전에 투입된 장교들이 서로 신사협정을 맺었다. 크리스마스 하루는 싸우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크리스마스 당일 영국군과 독일군 간에 축구 경기가 성사됐다. 병사들은 서로 선물을 교환하며 크리스마스를 즐겼다. 그간 수습하지 못했던 동료 병사의 주검을 그제야 묻어줬다고 한다.

군 수뇌부가 알면 난리가 났다. 군기가 해이해지면서 전세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 것이다. 1914년 크리스마스 휴전 이후 전쟁은 세 차례 성탄절을 맞았다. 이후로는 크리스마스 휴전이 이뤄졌다는 기록은 전해지지 않는다.

1차 대전 당시의 크리스마스 휴전이 올해 재연될지 세계인의 이목이 쏠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범한 전쟁이 첫 크리스마스를 맞은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2일 G7 정상 회의에서 “곧 수십억 명이 축하하는 휴일을 맞는다”며 “평범한 이들은 침략이 아닌 평화를 생각하고 있다”며 사실상 휴전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러시아는 “크리스마스와 새해 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자 우크라이나도 휴전 의사를 접었다. 이달 23일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최소 4만2200여명이 사망하고 5만4100여명이 부상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난민은 1360만명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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