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로 세 자녀 죽인 22세 엄마…끝까지 변명만 했다[그해 오늘]

광주 아파트 방화로 4살·2살·15개월 자녀 사망
자녀 죽어가는 상황서 내연남에게 '미안해' 문자
방화 후 구조 없이 뒤늦게 신고…지속 거짓 변명
법원 "합리성 없는 변명 일관…반성도 없다" 질타
  • 등록 2023-01-02 오전 12:03:00

    수정 2023-01-02 오전 12:03:00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18년 1월2일 오전. 광주지방법원에 당시 22세 여성 A씨가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받기 위해 출석했다.

이틀 전인 2017년 12월31일 새벽 광주광역시 두암동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로 숨진 4살, 2살, 15개월 등 세 아이의 모친이었다. 그는 직접 112에 화재 신고를 했던 당사자였다. 경찰이 구속영장 신청 시 적시한 혐의는 중실화 및 중과실 치사였다. 실수로 불을 내 아이들을 숨지게 했다는 혐의였다. 법원은 이날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광주에서 집에 불을 내 세 자녀를 숨지게 한 20대 친모가 2018년 1월 2일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광주 북부경찰서를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씨 신병을 확보한 경찰은 추가수사를 진행해 A씨 혐의를 처벌이 훨씬 강한 현주건물 등 방화 혐의를 변경했다. A씨가 고의로 집에 불을 내 아이들을 숨지게 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었다. 이후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 역시 같은 혐의를 적용해 A씨를 기소했다.

그는 왜 아이들을 숨지게 한 것일까.

A씨는 불과 만 17세던 2013년부터 아이들을 연이어 출산했다. 아이들의 친부는 또래의 남성 B씨였다. 어린 나이에 아이를 셋이나 출산해 부모가 됐지만 A씨 부부는 변변한 직장도 없었고, 가족으로부터 별다른 경제적 지원도 받지 못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였다.

이들은 수개월째 월세는 물론 큰 자녀의 유치원비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A씨 부부는 인터넷 물품사기를 통해 간간히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었다.

경제적 무능 속 어린 자녀들은 방치됐다

경제적으로 무능한 남편을 뒤로하고 A씨는 2017년 9월 다른 남성 C씨와 내연 관계를 맺게 됐다. 하지만 곧바로 남편 B씨에게 들통났고 두 사람은 그해 12월27일 이혼에 최종 합의했다. A씨 부부는 당초 자녀들을 보육원에 보내려 알아봤으나 여의치 않자 당분간 함께 키우기로 했다.

A씨 부부는 불가피하게 함께 살았지만 이미 남남과 같은 관계였다. 그리고 A씨는 내연남 C씨와 관계를 이어갔다. 거의 매일밤 C씨를 만나는 사이 아이들은 남편 B씨가 돌보거나, 아이들끼리 집안에 있었다.

20대 친모에 의해 숨진 세 아이의 조부모가 2018년 1월 3일 아이들 장례식장에서 오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던 중 2017년 12월30일, A씨는 자신의 친정 가족들과 군에 복무 중인 남동생 면회를 갔다가 저녁 시간에 귀가했다. 그리고 귀가 직후 다시 다른 동성 친구를 만나러 집을 나서려 했다. 하루 종일 집에서 아이들을 돌본 B씨가 화를 냈고, 두 사람은 크게 다퉜다. 하지만 A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곧바로 다시 외출했다.

A씨는 친구와 음주를 하던 중 내연남 C씨의 여자관계를 의심해 C씨와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심하게 다퉜고, 두 사람의 관계는 결별수순을 밟았다.

그 사이 A씨는 친구와 소주 7병을 나눠마신 후 31일 새벽 택시를 타고 새벽 1시53분께 집에 도착했다. A씨가 친구와 술을 마시고 귀가하는 사이에도 ‘돈을 돌려달라’는 물품 사기 피해자들의 독촉 메시지도 이어졌다. 남편 B씨도 집에 없었다.

왜 어린 자녀들이 희생돼야 했나

A씨는 귀가 전후로 남편 B씨, 내연남 C씨 및 물품 사기 피해자들에게 수차례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남편과 내연남에겐 화재를 암시하는 듯한 메시지를, 내연남과 물품 피해자에겐 자해를 한 사진을 전송하기도 했다.

그는 새벽 2시께 자녀들이 자고 있는 방 안쪽 출입문에서 이불 등에 불을 붙였다. 불길이 조금씩 강해지는 상황에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내연남에게 관계에 미련이 남은 듯한 메시지들을 수차례 보냈다.

친모 A씨가 2017년 12월 31일 새벽 시간 집에 귀가하는 모습. 방화 범행은 귀가 직후 벌어졌다. (사진=광주경찰청)
A씨가 처음 화재 발생 소식을 알린 건 불이 난 지 30분가량 지난 새벽 2시26분이었다. 남편 B씨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받지 않자 남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남편에게 ‘집안에 불이 났다’고 알린 것.

112 신고는 그보다 5분 후인 2시31분에서야 이뤄졌다. 남편 B씨에게 화재 사실을 알린 직후엔 다시 내연남 C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화재 관련 내용이 아닌 ‘미안해’라는 내용의 메시지였다.

자녀들 방에 불을 지른 후 A씨는 아이들을 그대로 남겨둔채 방을 벗어났다. 자녀들의 방에서 나왔을 때 현관으로 나갈 수도 있었지만 A씨는 현관으로 나가지 않고 베란다로 이동했다. 그는 베란다에서 불길을 피하자 출동한 119에 의해 구조됐다. 그 사이 A씨의 세 자녀는 모두 숨졌다.

“만취상태서 저지른 심신미약” 주장까지

A씨는 수사기관에서 방화사실을 부인하며 계속 거짓말을 했다. 구조 직후 병원 응급실에서 진행된 경찰 면담에서 A씨는 “라면을 끓이려고 가스레인지에 올려놓은 물 때문에 불이 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집에서 라면을 끓은 흔적은 아무거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나자 A씨는 참고인 진술에서 “담배를 피운 후 이불에 담뱃불을 지져서 끄다가 불이 났다”고 말을 바꿨다.

이후엔 “담배를 피우고 불을 끄기 위해 불똥을 떨어뜨린 꽁초를 이불에 버렸다”고 했다가, 마지막엔 “라이터로 담배꽁초 필터 끝부분에 불을 붙였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A씨는 법정에서도 고의 방화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며 담배꽁초에 의해 이불에 불이 옮겨 붙어 발생한 실화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만취한 상태에서 저지른 범행이라며 심신미약을 주장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새벽시간대 방화로 어린 나이의 자녀들을 사망에 이르게 한 범행은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결코 용서될 수 없는 행위“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리성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다만 ”A씨가 불행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들의 유족이자 A씨의 남편은 B씨가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도 함께 양형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상소했지만 2심과 대법원 모두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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