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범 ‘무죄’ 판결 후 피해부부 극단선택…뒤늦게 인정된 진실 [그해오늘]

1심 강간 혐의 무죄…대법서 파기환송
法 “원심 ‘성인지 감수성’ 결여 의심돼”
  • 등록 2024-01-07 오전 12:00:00

    수정 2024-01-07 오전 12:00:00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2019년 1월 7일 대전고법은 강간, 특수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피고인 측은 대법원의 판시와 피해자의 진술에 모순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친구가 출장 간 사이 그의 부인을 성폭행한 A씨에게 징역 4년 6개월이 선고된 날이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
30년지기 친구 아내 폭행 후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때는 2017년 4월이었다. 충남 논산의 폭력조직 조직원이던 A씨는 같은 달 10일 친구 B씨가 국외로 출장을 가자 그의 부인인 C씨에게 긴히 할 말이 있다며 만나자고 했다. 몇 번 친구 모임에서 본 적은 있지만 두 사람만이 약속을 잡는 것은 처음이었다.

A씨는 이날 C씨와 만난 자리에서 느닷없이 ‘B씨에게 혼외자가 있다’는 말을 했다. C씨가 이를 믿지 못하고 황당해하자 A씨는 휴대전화를 스피커폰으로 설정하고 자신의 후배들에게 전화해 ‘B에게 혼외자 있는 거 맞지’, ‘내가 B에게 연장 놓으라고 하면 알지’라며 위협적인 발언을 했다.

또 현직 경찰관과의 통화에서 ‘형님, 제가 지금 낫을 들고 있는데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말을 듣지 않는다. 어떻게 합니까’라는 등 협박성 발언을 이어갔다. 통화를 마친 뒤에는 소리를 지르며 C씨를 수차례 폭행했다.

A씨는 하루 뒤인 11일부터 사흘간 매일 C씨에게 연락해 만나기도 했으며 14일에는 모텔에서 C씨를 성폭행하기까지 했다. 유치원 때부터 알고 지낸 30년 지기의 부인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것이었다.

피해자 부부, 1심 선고 후 극단적 선택

그러나 1심은 A씨에 대한 강간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이 주장한 피해자와의 남녀관계 발전 경위가 수긍할 만하고 폭행 이후 C씨가 말했다는 가족 이야기는 신뢰하는 상대에게 털어놓을 수 있는 내용이라는 이유에서였다.

C씨 측은 성폭행을 당하기까지 5일간 A씨가 자신을 협박했다고 진술했지만 1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C씨가 모텔에 들어가고 나가는 모습을 언급하며 “강간 피해자의 모습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자연스럽다”고 했다. 나아가 1심은 “피해자가 강간을 당하기까지 피고인을 매일 만나면서도 피고인으로부터 감금을 당한 바 없다”며 “불륜 사실이 발각될 것 등을 염려해 피해자가 남편에게 허위 사실을 말했을 여지도 있다”고 판단했다.

A씨의 강간 혐의에 대한 판결은 2심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C씨 부부는 1심이 선고된 지 4개월여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들 부부는 ‘친구의 아내를 탐하려고 모사를 꾸민 당신의 비열하고 추악함…죽어서도 끝까지 복수하겠다’는 메시지를 A씨에게 남기기도 했다.

강간 등 혐의 유죄 인정…징역 4년6월

검찰은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고 대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을 의심해 강간 혐의를 무죄로 본 원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대전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될 뿐만 아니라 매우 구체적이고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을 찾기 어렵다”며 “원심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배척 이유로 든 사정은 성폭행 사건을 심리할 때 요구되는 ‘성인지 감수성’을 결여한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특히 원심이 수긍할 만하다고 한 피고인의 주장에 대해서는 “폭행 후 불과 나흘 만에 연인관계가 돼 피해자와 합의해 성관계를 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가족 이야기 또한) 피해자로서는 오로지 피고인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을 의도로 대화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후 대전고법이 A씨의 강간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하고 대법원이 A씨 측 상고를 기각하며 형이 확정됐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한라장사의 포효
  • 사실은 인형?
  • 사람? 다가가니
  • "폐 끼쳐 죄송"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