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강만수 장관 `10년만의 금의환향`

IMF로 공직에서 물러나..10년간 야인생활
문학적 소양 깊어.."원래 소설가 지망생"
소탈한 성격..모피아 또 부활하나 우려도
  • 등록 2008-02-15 오전 7:30:00

    수정 2008-02-15 오전 11:10:24

[이데일리 좌동욱기자]'꼭 10년만의 금의환향이다'

재경부 국장급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된 강만수 경제 1분과 간사(전 재경원 차관)를 이렇게 묘사했다.

강 전 차관은 97년 3월 통상산업부(현재 산자부) 차관에서 재경부 차관으로 급파돼, 외환 위기를 막기위해 몸부림쳤던 아픈 기억이 있다. 이듬해 2월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면서 차관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이 때문에 그에겐 진실 여부와 관계 없이 '외환위기를 막지 못한 정부 당국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 모피아 '성골' 출신..IMF로 공직생활 '마감'

당시 재경부 차관 정도면 국책은행장 자리 하나는 챙기고 나올 수 있었지만 어수선한 시기라 이런 '메리트'도 누리지 못했다. 이후 10년간은 철저하게 '야인' 생활이었다.
 
강 전 차관이 지난 2005년 출간한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이하 한국경제 30년) 머리말은 러시아의 위대한 문호 알렉산더 푸시킨의 유명한 '시구'로 시작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마라. 슬픈 날을 끝까지 참고 견더라. 그러면 즐거운 날은 오고야 말리니"

그와 대학시절 부터 40년 지기였던 윤증현 전 금감위원장은 출판기념회 당시 "청설(聽雪·호)은 정말 다재다능하다"며 "무대에 다시 서게 될 날을 기다릴 것"이라고 덕담을 했다.

친구의 덕담은 10년만에 현실화됐다.

이명박 정부의 '개국공신'인 만큼 정부 내 '입지'도 넓다. 강 전 차관은 "82년 소망교회를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당선자를 알았다"고 술회했다. 무려 26년간 '인연'이다.

'현장'에 화려하게 복귀한 그는 재무부 보험국장, 이재국장, 국제금융국장, 세제실장, 통상산업부(현 산업부) 차관, 재경부 차관 등 옛 재무부 시절 '요직'을 차근차근 밟았다.

전공은 '금융과 세제'. 허용석 재경부 세제실장은 "강만수 차관 앞에서는 금융과 세제는 논하지 마라는 말이 있다"고 전한다.

 ◇ 담배가게 아저씨처럼 '친근'

전형적인 엘리트 공무원이지만 직접 만나보면 소탈하고 인간적인 면에 놀라게 된다. 실제 경상도 억양과 친근한 외모는 동네 담배가게 아저씨를 연상시킨다. 젊은 기자들과도 농담을 주고 받으며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언론 성향조사 파문 등으로 '기자 경계령'이 내려졌을 당시 기자들과 마주쳤을 때, 한쪽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말할 수 없다'는 제스쳐를 보이면서도 '저서' 이야기에는 돌아서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놔 기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게도 했다.

사실 그는 자신의 책(사진)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이 강하다. 공직생활을 끝낸 후 무려 6년간 '산고' 끝에 출판한 책이다. 이 책은 '부가세에서 IMF까지'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 듯이 공직시절 그가 직접 입안하고 실행한 정책들을 자세하게 담고 있다. 

무엇보다 문학적 소양과 글솜씨가 돋보인다는 평가. 글솜씨가 좋다는 칭찬에 그는 "사실 소설가 지망생이었다"고 살짝 귀띔한다. 공직을 마감 한 후에는 모 경제 신문지에 고정 칼럼도 실었다.

그가 인수위 출범 때부터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로 유력시되면서 이 책은 과천 '필독서'가 됐다.
 
재경부 모 국장은 "한편의 파노라마를 보는 것 같이 잘 묘사했다"고 평가했고, 또 다른 국장은 "보통 이런 책은 대필하는 것이 관례인데 각주 하나 하나까지 직접 고민해 쓴 흔적이 엿보인다"며 칭찬일색이다. 실제 9장(전체 17장) '허무했던 한국은행 독립투쟁'(부제 중앙은행론)의 각주만 87개, 분량은 9페이지에 이른다.

 ◇ 공룡부처 '모피아' 부활하나 

옛 모피아의 '부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모피아는 재무부(MOF)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예산·세수·금융 정책으로 정책과 산업을 주무르던 시절 만들어진 말이다. 모피아들은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 경제기획원(EPB) 출신 인사들이 '득세'하면서 납작 업드려 기회만 엿보고 있었던 것이 사실. 

강 전 차관은 모피아 중에서도 성골로 꼽히는 옛 재무부 이재국장(현 금융정책국장) 출신이다. 

실제 새로 출범하는 기획재정부는 재경부와 예산처 기능을 흡수, 옛 재경원 시절 '공룡부처'로 부활할 기반을 마련했다. 금융정책국을 신설되는 금융위원회로 '통째' 넘겼지만, 여전히 모피아 관할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김석동 현 재경부 차관이 금융위원장 후보로, 최중경 인수위 경제 1분과 전문위원이 금융위 부위원장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는 것은 이들의 능력을 높이산 강 내정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후문. 강 내정자가 이재국장 시절 김 차관과 최 전문위원은 사무관으로, 차관 시절엔 각각 외화자금과장과 금융협력과장으로 일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EPB 출신인 권오규 부총리, 모피아 출신인 이헌재 부총리도 각각  출중한 능력을 가졌다. 그런데도  결국 자기 사람만 썼다"며 "이런 관행을 끊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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