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를 위하여]겉도는 서민금융..`생색내기` 사회공헌

서민금융, 조건 까다롭고 실질적 효과 의문
`등 떠밀린` 은행들..서민 금융상품도 외면
  • 등록 2012-02-15 오전 9:00:00

    수정 2012-02-14 오후 4:02:59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2월 15일자 16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은행권이 경쟁적으로 사회공헌활동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한꺼풀 벗겨보면 `속빈강정`이라는 지적이 많다. 보여주기식 전시성 행사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 월가시위 등에서 보듯 금융권의 탐욕에 대한 여론의 비판과 금융당국 등의 압박에 일단 눈에 확 띄는 임시방편적 행사에 치중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은행권의 사회공헌활동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부와 각종 봉사활동 등 일반기업들과 유사한 활동 보다는 은행권만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금융소외 계층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금융시스템의 선순환에 기여할 수 있는 창의적인 활동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 `순익 1조 클럽` 은행들..서민금융 `생색내기`   지난해 글로벌 재정위기에 따른 경제둔화로 서민경제는 크게 위축됐지만 은행들은 호황을 누렸다. 신한은행(2조1184억원)과 국민은행(2조465억원)은 2조원대가 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고 하나은행(1조2118억원)도 1조원이 넘는 순익을 기록했다. 오는 16일 실적발표를 앞둔 우리은행도 2조원대 안팎의 순익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4대 은행이 모두 `순익 1조원 클럽`에 가입하게 된 셈이다.

은행들이 배를 크게 불렸지만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막대한 부를 챙겼다는 비판은 여전히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요 수익원이 대부분 예대마진이나 수수료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사들이 벌이고 있는 각종 서민금융이 결국 `생색내기`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이 때문에 나온다.

실제로 국민은행이 지난해 이자로 벌어들인 돈은 7조1045억원에 이른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이자수입은 각각 4조9711억원, 2조7980억원으로 이들 3개 은행의 이자수입만 15조원에 달하고 있다. 수수료 수입도 짭잘했다. 지난해 국민은행은 1조4749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거뒀다. 신한은행도 8860억원을, 하나은행도 4359억원을 챙겼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은행의 이익기반이 탄탄해졌다는 것은 대형은행 중심의 시장구조가 굳어졌다는 의미"라며 "송금·인출수수료는 찔끔 내리고 대출금리 인하요구에는 꿈쩍도 하지 않으니 순익이 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 미소금융·햇살론·새희망홀씨대출 현황(자료: 금융위)


◇ 겉도는 서민금융..자격조건 까다롭고 실적도 저조

상황은 이렇지만 서민금융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현 정부들어 친서민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됐던 `한국판 마이크로크레디트(무담보소액대출사업)`인 미소금융과 새희망홀씨대출, 햇살론 등의 실태를 보면 알 수 있다.

금융감독원과 미소금융중앙재단 등에 따르면 지난해말까지 미소금융 잔액은 3130억7000만원(대출건수 2만4000여건), 새희망홀씨 대출규모는 1조6332억원(19만여명)이다. 표면적인 실적만 보면 목표치를 근근히 채웠지만 당초 취지와는 달리 대출 문턱이 여전히 높고 정책의 사각지대가 많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미소금융 대출을 받기 위해선 신용등급(1~6등급이나 신용불량·개인파산자 제외)을 비롯해 채무비율(재산대비 50% 미만), 자기자금비율(대출금의 50% 이상)등 충족해야할 조건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새희망홀씨와 햇살론도 대출기준이 까다롭긴 마찬가지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서민금융의 당초 취지를 살리려면 자격기준을 완화하고 지방 지점을 확충해야 한다"며 "특히 모호한 신용등급 산정기준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취지와 따로 노는 현실..신용 5~6등급, 샌드위치 신세

▲ 기업·은행 미소금융 출연금(단위: 억 원 / 자료: 각 사)
미소금융 자격조건 가운데 하나인 신용등급 7등급 이하라는 기준은 신용등급이 조금 나은 5, 6등급 사람들을 지원의 사각지대로 만들었다. 5, 6등급 역시 담보없이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미소금융의 문을 두드릴 경우 규정대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상태다. 실제로 미소금융 대출심사 과정에서 신용등급이 기준보다 높아 대출 불가판정을 받은 비율이 30%를 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일단 "서민층의 대출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수혜 대상을 늘리겠다"며 "소득은 낮지만 신용등급이 높아 서민금융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제 구체적으로 시행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일각에선 미소금융이 지나치게 낮은 금리(연 2.0~4.5%)를 책정,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를 유발, 시장질서를 깨고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정찬우 금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서민금융상품의 금리가 너무 낮은 것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 주도 서민금융상품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동시에 상품을 다양화하는 것이 서민금융시장 정상화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재정이 불안정하고 전문인력이 없어 장기적 운영이 불확실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현재 미소금융의 재원은 정부의 재정지원 한 푼 없이 기업과 금융권의 기부와 휴면예금에만 의존하고 있다.
▲ 서민 고금리적금 현황(자료: 각 은행)
◇ 사회공헌에 등떠밀린 은행들..서민 금융상품 외면

은행 특성상 서민들에게 우대금리를 얹어주거나 대출금리를 깎아주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사회공헌활동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은 정부에 등떠밀려 각종 서민금융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소극적인 영업으로 일관, 실적은 저조한 상태다.

국민은행은 1년 만기 때 최고 연 7%의 이자를 제공하는 `KB행복만들기적금`을 판매하고 있지만 지난해 11월말 출시 후 현재까지 가입자 수는 702좌(2억4300만원)에 불과하다. 전국 1100개가 넘는 국민은행 점포에서 1일 평균 10~20명만 가입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말 출시된 신한은행의 `신한새희망적금`도 한 달여 동안 가입실적은 500여좌(8391만원) 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엔 이 같은 서민금융상품이 아예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민 적금상품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만든 상품이라 역마진 구조"라면서 "가입자가 많을수록 손해가 커지기 때문에 홍보도, 판매도 그다지 열심히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이건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은행은 여론이 나빠졌을때 임시방편으로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한다는 생각을 버려야한다"며 "은행의 공적 역할을 잘 수행할 때 상업적 이익 추구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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