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경제 대통령' 미네르바 긴급체포[그해 오늘]

2009년 1월 7일, 檢 서울 창천동서 '미네르바' 박대성씨 체포
다음 아고라서 유명세...'리먼 브라더스 파산' 예측하며 '인터넷 경제 대통령' 칭호
檢, 2008년 12월 올린 '대정부 긴급 공문 발송' 문제삼아 수사 착수…무죄 확정
'표현의 자유 확장'에 날개 달아 준 사건으로 평가
  • 등록 2023-01-07 오전 12:03:00

    수정 2023-01-07 오전 12:03:00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14년 전 1월 7일, ‘미네르바’가 긴급체포됐다. 2009년 1월 7일 밤 서울중앙지검은 인터넷 포털 다음의 토론방인 ‘아고라’에서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활동해 온 박대성(30) 씨를 그의 자택인 서울 창천동에서 긴급체포했다.

미네르바 박대성 씨. 사진=이데일리 DB.
로마 신화 속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Minerva)’. 이 여신의 이름이 2008~2009년 한국 사회에서는 박 씨로 인해 ‘표현의 자유’의 상징으로 널리 회자됐다.

아고라에 미네르바라는 필명의 글이 처음 올라오기 시작한 것은 2008년 3월께였다. 미네르바는 당시 이명박 정부 경제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을 쓰며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의 경제 예측은 높은 적중률을 자랑하며 네티즌들은 물론 주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정도였는데, 특히 환율 폭등과 미국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을 정확히 예측한 후에는 ‘인터넷 경제 대통령’이란 칭호까지 얻게 됐다. 국회의원들도 그의 글을 복사해 밑줄을 그어 가며 읽을 정도였으며,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그를 ‘온라인 노스트라다무스’로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12월 29일 그가 올린 글을 정부가 문제삼았다. 그가 ‘대정부 긴급 공문 발송’이라는 제목으로 쓴 글은 “정부가 7대 금융 기관 및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하라는 긴급 공문을 전송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기획재정부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반박 자료를 냈다. 언론사 기자가 쓴 기사가 아닌 정체불명의 인터넷 논객이 쓴 글에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그의 영향력이 컸다는 방증이었다.

검찰도 해당 글이 인터넷을 통한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전기통신기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즉각 내사에 착수해 2009년 1월 7일 그를 긴급체포 하기에 이르렀다. 당초 50대 초반의 남성으로 외국계 금융사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찰은 ‘전문대 출신의 무직인 30세 남성’이라고 밝혔다. 박 씨는 오랫동안 독학으로 경제 관련 공부를 해 그 같은 글들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월 9일 “박 씨 글 일부가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며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10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그해 4월 14일 박 씨에게 징역 1년6월을 구형했으나 4월 20일 1심 법원은 박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실이 허위인지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공익을 해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웠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법원의 무죄 선고로 약 100일 만에 석방된 박 씨는 자신을 기소한 근거가 된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2010년 12월 박 씨가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공익’이라는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규정으로 제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이 항소를 취하하며 박 씨의 무죄는 확정됐다. 박 씨 개인의 삶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뒤였다. 하지만 ‘미네르바 사건’은 2023년 1월 현재까지도 대한민국에서 ‘표현의 자유’ 확장에 날개를 달아 준 의미 있는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칸의 여신
  • '집중'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