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에 쇠구슬 100개 이상 박혔다…쓰레기통서 터진 폭발물[그해 오늘]

  • 등록 2023-09-14 오전 12:00:56

    수정 2023-09-14 오전 6:08:29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1986년 9월 14일의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1층은 평소보다 유독 더 분주하고 활기차 있었다. 당시 6일 앞으로 다가온 86 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각국의 선수단들이 속속 입국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4일 앞으로 다가온 추석을 맞아 입출국하는 여객들과 그들을 마중하기 위한 수많은 환영송객들까지 가세했으니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그런데 오후 3시 12분께 거대한 폭음과 함께 청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국제선 청사(현 국내선 청사) 1층 외곽 5번과 6번 출입문에 위치한 쓰레기통에서 시한폭탄이 터진 것이다.

1986년 김포공항 폭발테러 후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 테러는 당시 5명의 사망자와 30여명의 부상자를 냈는데, 이 중 4명의 일가족이 한꺼번에 참변을 당했다. 이들은 미국 LA로 출국하는 어머니를 배웅하러 나왔다가 목숨을 잃었고, 나머지 가족 9명도 중경상을 입었다.

나머지 1명은 공항관리공단 직원으로, 사건 당시 폭발물 가까운 곳에서 천정 보수공사를 하던 중 폭발 파편에 맞아 숨을 거뒀다. 고인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몸에서 100여 개가 넘는 쇠구슬이 박혀있었다고 한다. 폭발 충격으로 이미 하체도 날아간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피해자가 적었던 이유가 이 직원이 폭발물 파편 대부분을 맞아준 덕이었다고 한다. 그의 시신은 처참했지만, 많은 이들의 목숨을 살렸다.

사건 현장에서는 건전지 2개, 전깃줄 등이 발견됐지만 범인은 꼬리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당시 국가안전기획부는 이를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했으나 범인을 잡지는 못했다. 말 그대로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서울 아시안 게임 개막을 5일 앞둔 상황에서 수사는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사건 발생 23년이 흐른 2009년이 돼서야 스위스 베른 신문의 한 일본인 기자가 발견했다는 동독의 비밀문서에 의해 한 인물이 범인으로 지목됐다. 아랍계 테러리스트 아부 니달이었다. ‘사막의 독사’라 불리던 그는 1985년 로마, 빈 공항 습격과 이듬해 팬암 여객기 납치 그리고 온건파인 PLO 의장 야세르 아라파트의 측근까지 서슴지 않고 죽였던 인물이다.

김일성과 아부 니달은 친밀한 관계로 니달은 500만 달러를 받고 청부 테러를 저질렀다고 했다. 이후 니달은 2002년 이라크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사건 이후 현재 모든 공항에 있는 쓰레기통들이 투명으로 교체된 모습.(사진=채널A)
이 사건의 여파로 혹시 모를 모든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현재는 공항에 있는 모든 쓰레기통들이 투명으로 교체된 상태다.

김포공항 폭발물 테러는 첫 국제 대회를 앞두고 국민 모두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던 상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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