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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할머니의 조카며느리인 최성자 씨는 경찰에 ‘범인들이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3인도 강도’라고 진술했다.
그런데 경찰이 잡은 이들은 경상도 사투리와는 거리가 먼 삼례 토박이 청년들인 강인구(당시 18세), 임명선(당시 19세), 최대열(당시 19세)이었다. 이들 중 강인구와 최대열은 지적 장애를 앓고 있었다.
경찰은 이들과 현장검증을 실시했는데, 마치 경찰의 명령에 따라 연기하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최성자 씨는 전했다. 그는 “세 명이 덜덜덜 떨면서 멀뚱멀뚱 서 있으니까 (경찰이) ‘너네들이 이렇게 했잖아’, ‘빨리 해봐!’ 하니 몰라 갖고 어떻게 할 줄을 모르더라”고 밝혔다.
더군다나 이들은 한글을 읽고 쓰는 것조차 어려웠을 정도의 정신지체 장애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진술조서가 매우 유창하게 꾸며져 있었다”는 데에 의문을 나타냈다. 이후 강 씨의 입을 통해 당시 진술조서는 누군가가 쓴 것을 옮겨 쓴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바로 그해 11월, 사건 발생 9개월 만에 부산에서 3인조 강조가 체포되면서 또 다른 국면에 들어서는 듯 보였다. 경찰이 이들의 여죄를 추궁하던 중 ‘삼례 나라슈퍼 사건’의 진범이라고 자백했기 때문.
경상도 사투리를 쓰지 않았던 삼례 토박이 청년 세 명의 인생은 그렇게 한순간에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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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 전문 변호사인 박준영 변호사는 이들의 재심을 맡아 증거들을 다시 돌아보기 시작했고 이모 씨의 증언까지 합쳐져 결국 무죄를 끌어냈다.
재심 재판부는 “자백에 이르는 경위가 다른 정황에 비춰 모순되고 검사가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범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면서 “재판관으로서 소외를 밝히자면 17년간 정신적, 육체적으로 큰 고통을 받은 피고인들과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심심한 위로를 전했다.
재심 전날 밤, 진범 이 씨는 박 변호사의 주선으로 최성자 씨를 만나 “그날 일은 모두 잊고 사셨으면 좋겠다. 트라우마가 있었을 텐데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사죄했다.
최성자 씨는 자신의 눈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어색해하는 이 씨에 용서의 악수를 건네고 “이제는 용서해야 마음이 편할 거 같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형용할 수 없는 마음을 대신했다.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한 3명의 피해자는 11억에 가까운 보상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인해 2008일 구금됐던 임명선 씨는 4억 8000여만 원, 1277일 구금됐던 최대열 씨는 3억여 원, 강인구 씨는 3억 5000만 원을 지급받았다.
이들의 보상금액은 당시 최저임금의 5배인 24만 1200원을 일급으로 해 구금일수를 곱한 금액으로 책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