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 맡길테니 금리 낮게’…시장 왜곡하는 캡티브 영업

[시장 왜곡하는 캡티브 영업]①
주관사단 대형화…그 이면에는 ‘캡티브 영업’
공정 가격에 발행하는 수요예측 제도 취지 훼손
“시장의 지속 가능성에 부정적인 영향 줄 것”
  • 등록 2024-03-08 오전 12:44:21

    수정 2024-03-08 오전 6:46:42

[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안혜신 기자] “발행사에서 대놓고 수요예측에서 언더(민간 채권평가사 평균 금리보다 낮은 수준)로 주문을 써달라고 요구를 한다. 주관업무를 따내야 하는 증권사는 들어줄 수밖에 없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캡티브(captive) 영업이 관행으로 자리 잡으면서 시장 가격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캡티브 영업이란 회사채 발행 업무를 주관하는 증권사에서 발행사에게 계열사 및 내부 투자 수요를 약속하며 주관을 따내는 방식을 말한다.

그동안은 주관사단이 많아야 3~4개 정도라 캡티브 영업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았지만 올 들어서 주관사단이 7~8개로 대형화하는 추세가 자리 잡으면서 시장 왜곡 문제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주관을 맡은 각 증권사에서 각자 계열사를 통원해 캡티브 영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금리를 낮추고 싶은 발행사 입장에서는 이들이 캡티브 수요를 동원해 낮은 금리로 입찰할수록 유리하다. 결국 이러한 관행은 수요예측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고, 시장 가격 왜곡을 부르게 된다.

한 증권사 커버리지본부장은 “처음에는 (특정 규모의 금액을) 지원하겠다며 수량 위주로 영업을 시작했다”며 “높은 금리 수준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금리도 낮게 써주기 시작하면서 가격 왜곡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수요예측 제도는 기관투자가들의 희망 금리와 물량을 토대로 시장 수요를 확인하고, 공정 가격에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최근처럼 캡티브 영업을 통해 주문한 물량이 늘어날수록 시장 가격 왜곡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증권사 커버리지본부장은 “발행사는 발행 금리를 낮추고 싶어 하고 증권사의 리테일 고객들은 높은 금리로 받고 싶어 한다”며 “발행사와 리테일 양측 고객에게서의 이해상충 문제가 생길 소지도 있다”고 했다.

회사채 시장의 큰손으로 꼽히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공제회의 불만도 크다. 수요예측에서 이들이 꼭 필요한 물량을 받아 가기 위해서는 캡티브 물량보다 더 낮은 금리 수준으로 주문을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연기금들은 공모액 규모가 커서 가격 왜곡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은 발행사의 회사채나 캡티브 영업이 불가능한 증권채 등에만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캡티브 영업이 일정부분 회사채 시장 유동성 공급이라는 순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최근처럼 과열된 상황이라면 어느정도 규제나 통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투자자와 발행자가 꾸준히 들어오려면 수요예측 과정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확한 가격 평가가 중요하다”며 “실질 투자자가 시장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장기적으로 시장의 지속 가능성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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