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출신인데…" 화려한 외모로 40대女 농락한 60대 제비족[그해 오늘]

영어 한마디 못하며 통역가 행세…여성 3명에게 4000만원 강취
피해여성 고소하자 3년 넘게 도피…도피 중에도 같은 수법 범행
피해여성들 "나보다 스무살 많은 노인이었다니"…실체에 충격
  • 등록 2023-05-08 오전 12:01:00

    수정 2023-05-08 오전 12:01:00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16년 5월 8일. 서울영등포경찰서가 한 60대 남성 사기꾼을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61세 천모씨였다. 하버드대 출신 통역사로 행세하며 여성들에게 사기를 친 지 약 5년 만에 검거가 된 것이다.

대학을 가본 적도 없고 영어 한 마디 하지 못하던 천씨는 어떤 수법으로 여성들을 농락했던 걸까.

기사와 무관. (사진=게티이미지)
재산이나 별다른 직업도 없이 동거녀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한 채 살던 천씨는 2011년 5월 한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당시 40대 중반 여성 A씨를 만나 교제를 시작했다.

말끔한 외모에 화려한 언변으로 무장해 A씨를 현혹한 천씨는 자신을 하버드대 출신의 사업가이지 통역사로서 5년 전 아내와 사별한 40대 사업가로 소개했다. 실제보다 열 살 넘게 어리게 말한 것이었지만 천씨의 말끔한 외모 때문에 A씨도 깜빡 속아 넘어갔다.

천씨는 동거녀와의 생활 때문에 A씨를 자주 만날 수 없던 점에 대해선 “외국에 주로 체류하고 있다. 한국엔 투자 건이 있을 때 들어온다”고 둘러대 A씨를 속였다. 천씨는 “유명 할리우드 영화에 10억원을 투자했으니 결혼한 후에 미국으로 함께 가자”며 결혼을 미끼로 A씨와 더욱 깊은 관계를 맺었다.

A씨의 신뢰를 확보했다고 생각한 천씨는 서서히 본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중국 공항에서 지갑을 잃어버려 수중에 돈이 없다. 카드를 빌려주면 조만간 미국에 사는 동생이 송금해 주는 돈으로 대금을 갚겠다”고 신용카드를 교부받았다. 천씨는 A씨를 안심시킨 후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확보해 약 한 달 동안 현금인출이나 물품 구매 등으로 33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사용했다.

계속된 신용카드 사용을 이상하게 여긴 A씨가 돈을 입금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천씨는 차일피일 이를 미뤘다. 천씨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A씨는 점점 더 강한 의심을 품게 됐고, 천씨가 연락마저 피하자 사기꾼이라고 확신해 천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이미 여러 전과가 있던 천씨의 눈치는 상당히 빨랐다. 그는 A씨가 자신을 고소했다는 사실을 파악하자 곧바로 종적을 감췄다. 천씨는 도피 중에도 40대 여성 2명에게 똑같은 수법으로 금품을 뜯어냈다. 그거 A씨 등 여성 3명으로 강취한 돈만 총 4000만원이 넘었다.

도주했던 천씨가 경찰에 붙잡히기까지는 3년 4개월이 걸렸다. 검거 역시 천씨의 ‘하버드대 출신 사업가’ 행세에 속았던 여성 B씨의 신고가 결정적이었다. 경찰에 붙잡힌 뒤에도 천씨는 뻔뻔했다. 그는 “여성들이 자기 카드를 쓰라고 해서 사용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피해 여성들은 경찰로부터 자신들보다 스무 살 가까이 많은 천씨의 실제 나이를 전해듣고 말을 잇지 못했다. 경찰은 천씨가 도주 중에도 적극적으로 대외활동을 하고, 온라인상에서 여성들과의 만남을 이어갔던 점을 근거로 추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검찰은 사기 혐의를 적용해 천씨를 구속기소했다. 법원은 천씨에게 징역 6월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천씨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고 나이와 성행, 범죄전력, 범행 후 정황 등을 고려했다”고 판단했다. 검찰과 천씨가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아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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