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얼마가 적정한거야

  • 등록 2007-06-04 오전 8:10:00

    수정 2007-06-04 오전 8:10:00

[뉴욕=이데일리 김기성특파원] `우~우~우~`

올들어 부진의 늪에 빠져있는 뉴욕 양키스의 홈구장 `양키 스타디움`이 아니다. 지난달 24일 애틀란타에서 열린 세계 최대 건축자재 유통업체인 `홈디포` 주주총회장의 모습이다.

무려 2억1000만달러(2000억원)에 달하는 퇴직금 논란으로 지난 1월 물러난 로버트 나델리(Robert Nardelli) 전 최고경영자(CEO)의 이름이 거론될 때 마다 곳곳에서 야유가 터져나왔다. 나델리는 이미 홈디포를 떠나고 없었지만 그에 대한 안좋은 추억은 주총장의 그림자로 남아있었다.

미국에서 CEO들의 적정 보수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CEO 보상의 투명성에 의문을 갖도록 한 스톡옵션 백데이팅(backdating) 문제가 무더기로 적발된 이후 여론은 악화돼 왔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CEO들의 보수가 도를 넘어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거액의 퇴직금을 챙긴 나델리와 화이자의 CEO 행키 매키넬 등의 사례는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지난해 150개 미국 대기업 CEO의 총소득 중간치는 1010만달러로 전년대비 9.8%나 증가했다. 지난 2001년 140배에서 2003년 500배로 껑충 뛰어오른 CEO와 일반 근로자간 평균 임금 격차는 훨씬 더 벌어졌을 것이다.

논란의 핵심은 CEO들이 이같은 천문학적인 보수를 받는 게 합당하느냐로 모아지고 있다.

나델리의 사례만 봐도 그가 CEO를 맡았던 6년동안 홈디포의 주가는 꾸준히 하락했다. 홈디포의 공동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인 켄 랑곤은 "그의 업적을 감안할 때 적정한 보수를 받았다"고 나델리를 두둔했지만 주주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상상을 초월하는 돈을 벌고 있는 헤지펀드 펀드매니저들도 도마위에 올라있다. 정작 펀드의 수익률이 저조해도 펀드매니저는 거액을 챙길 수 있도록 만든 수수료 체계가 논란거리다.

통상 헤지펀드의 관리보수는 원금의 최소 2%, 성과보수는 최소 20%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헤지펀드의 수익률이 13%로 S&P500지수 상승률인 14%에 못미쳤음에도 천문학적인 보수를 받은 펀드매니저들을 양산한 주요 원인은 여기에 있다.

소득 1위에 오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CEO인 제임스 사이몬스(James Simons)는 지난해 무려 17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는 미국의 연방정부가 지난해 국립 공원의 광범위한 네트워킹 운영을 위해 쏟아부은 돈과 맞먹는 수준이다.

에드워드 S 램퍼트는 13억달러의 소득을 올려 3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씨에라리온의 경제적 산출물을 전량 사들일 수 있는 규모다.

CEO의 적정 보수 논란은 이른바 `세이 온 패이(Say on Pay)` 법안을 최근 미국 하원이 압도적인 표차로 승인하는 배경이 됐다. 이 법안은 경영진 급여에 대한 주주 발언권을 규정한 것으로 주주들에게 고위 경영진의 보수에 대한 표결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자본주의의 본고장답게 아직까진 능력있는 경영진을 영입하기 위해서라도 CEO의 고액 보수는 불가피한 게 아니냐는 인식이 우세하다.

`세이 온 패이`가 법적인 구속력이 없도록 만든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했다고 보면 타당하다. 기업이 주주들의 표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무방하도록 한 것이다. 미국의 CEO 적정 보수 논란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앞으로나 논란 자체에 그칠 공산이 커 보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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