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휴대폰 유통점, 너무 많다

[휴대폰 유통 대해부]①유통점 공식통계조차 못잡아
정보 유출 사각지대로..최성준 방통 "유통점 수 조정 필요"
  • 등록 2014-04-09 오전 12:11:13

    수정 2014-04-09 오전 1:33:27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지난해 SK텔레콤 임원들에게 특명이 떨어졌다. 회사가 만든 평가표를 갖고 통신 3사의 대리점과 판매점을 둘러보고 평가한 뒤 리포트를 내라는 지시였다. 임원들까지 현장답사에 나선 이유는 유통점의 경쟁력이 회사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역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고객을 만나는 접점에서 승부가 갈린다”고 강조해 왔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외부 대리점 의존도가 가장 큰 기업은 KT(030200)이고, LG유플러스(032640)는 자사 직영점 중심, SK텔레콤(017670)은 대리점과 직영 비율이 중간쯤이다.

어떤 식이든 간에 우리나라 인구수나 면적보다 유통점 숫자가 지나치게 많다는 게 문제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 따르면 국내 이동전화 대리점 및 판매점 숫자는 2012년 8월 기준으로 4만 6573개. 하지만 정확한 숫자는 아니다. ‘떴다 방’ 식으로 생겼다 없어지는 온라인 판매점이나 대형마트나 전자랜드 같은 양판점, 가판대 등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박희정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사무총장은 “동반성장위원회에 휴대폰 유통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정해 달라고 신고서를 내려 했는데, 그쪽에서 정확한 통계를 요구해 어려운 실정”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교회,여관과 함께 골목골목 들어찬 휴대폰 유통점이다 보니 경쟁과열로 소비자를 봉으로 보는 행위도 비일비재하다.

실제로는 ‘공짜폰’이 아닌데도 2년을 약정해야 장기간 조금씩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요금할인을 단말기 보조금으로 속여 팔든지, 정보에 어두운 노인이나 어수룩한 사람에게는 비싸게 팔기도 한다. 박 사무총장은 “교육과 자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협회를 만들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1일 오후 1시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이동통신판매인협회(현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 500여명이 모여 ‘27만 원 단말기 보조금에 대한 방통위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이동통신 판매업종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을 지정해야 하며, 재벌 유통망의 거미줄 식 영업확장에 따른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더 큰 문제는 휴대폰 유통점이 개인정보 유출 범죄가 일어나는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부산 남부경찰서는 KT(6만 명), SK텔레콤(8명)·SK브로드밴드(3만 9992명), LG유플러스(250만 명) 고객 410만 명(고객 수 기준)의 정보가 초고속인터넷 유통점에서 유출됐다고 밝혔다. 금융회사에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정보도 있었지만, 과거 개인정보 보호 의식이 적었을 때에는 대리점 사장이 수집한 고객정보를 부인 등 친인척 명의의 판매점에 넘기는 행태가 만연했었다. 유출된 개인정보는 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이메일, 신용카드번호, 카드유효기간, 은행계좌번호, 고객관리번호, 유심카드번호, 서비스가입정보, 요금제 관련정보 등 12가지나 된다.

방통위는 현재 유통점의 개인정보보호 이행 여부에 대한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최성준 신임 방통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영세하고 억울할 수 있지만, 유통점도 단말기 보조금 이용자 차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복안은 유통점의 수를 전체적으로 조금 줄여나가면서 정상영업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매장에 단말기 가격을 표시해야 하는데, 과도하게 위반하면 적절히 제재하겠다는 의미다. 지금까지는 단말기 보조금으로 이용자를 너무 심하게 차별하면 이동통신회사들만 수백억 원의 과징금을 내거나 영업정지를 당해 왔다.

대리점과 이통사는 때론 치열하게 갈등을 빚기도 한다. 지난해 9월 12일 LG유플러스 피해자 모임(대표 허춘기)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날 프레스센터 20층에서 열린 LG유플러스(032640) ‘광대역 LTE 서비스 전략 발표회’장앞까지 진입해 “대리점들의 삶을 짓밟은 LG가 주파수를 싸게 샀다며 축하연을 벌여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LG유플러스 측은 “4~5년 전 이뤄진 일로, 협상하고 있지만 잘되지 않아 (기자회견장까지 난입하게 해)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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