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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경(54) 드림에프 대표는 최근 베트남 공장을 증설하며 개성공단 대체부지를 마련했다. 2012년부터 베트남에도 공장을 가동해 조금 여유가 있었던 전 대표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주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보다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물건만 가지고 오게 해달라”…묵살
제일모직(028260), 코오롱(002020), 패션그룹형지 등에 의류를 납품하는 드림에프는 지난 2007년 개성공단에 터를 잡았다. 이 회사는 애초 공장이 없는 순수 외주업체였다. 전 대표는 “다양한 곳에 외주를 주다 보니 개성에도 들락거렸다”며 “‘아예 생산시설을 차리면 어떻겠냐’는 거래처의 권유에 개성공단에 입주하게 됐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2013년 북한에 의해 잠시 공장이 문을 닫는 위기도 있었지만 사업은 꾸준히 성장했다. 전 대표는 991㎡(300평) 규모의 아파트형 임대공장에서 나와 드림에프만의 공장을 짓기로 결심했다. 대출을 포함 40억원을 마련해 4297㎡(1300평)규모의 자체 공장을 2015년 12월 준공했다.
기업들에게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발표한지 세 시간만인 5시가 되자 당시 홍용표 통일부장관의 공식발표가 있었다. 기업들은 “물건만 좀 가지고 오게 해달라”고 정부 관계자에 하소연했지만 묵살당했다. 주재원의 신변 안전이라는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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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지나고 꽃이 피는 5월까지 그는 정신없이 지냈다. 처음 몇 주간은 대책회의 다니고 거래처를 오며 가며 대체 생산 공장을 찾는데 전력을 쏟았다. 밤 11시, 녹초가 돼 집에 돌아와도 전 대표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이후 그는 개성공단 대체부지로 드림에프 베트남 공장의 증설을 택했다. 전 대표는 “그간 고민이 많았다”며 “다만 거래처에서도 원했고 직원도 유지해야 했다며 무리를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또 곳곳에서 대출을 받아 30억원을 마련해 공장을 지었다.
전 대표는 1년 동안 거리에 내앉는 상황까지 몰린 적지 않은 개성 입주 기업인을 봤다. 그는 “안타깝다”는 말만 연신 반복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많은 자금 출혈을 감수한 전 대표의 사업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그는 “(사업이) 실패하면 말 그대로 ‘난리’나는 거다”며 “요즘도 사실 잠을 잘 못 이룬다”고 고백했다. 폐쇄 1주년을 앞두고 전 대표는 “하루빨리 재가동이 결정돼야 한다”며 “기업들이 이런 식으로 길바닥에 내앉는 일은 다신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