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감춰졌던 억울한 죽음…하지만 처벌은 고작[그해 오늘]

2016년 '동거녀 암매장' 형제 긴급체포
폭행후 사망하자 가족 소유 밭에 암매장
사인불명 속 살인 아닌 폭행치사만 인정
  • 등록 2022-10-18 오전 12:03:00

    수정 2022-10-18 오전 12:03:00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16년 10월 18일 오전. 경찰이 굴착기를 이용해 충북 음성군 대소면의 한 밭을 파헤치고 나섰다. ‘30대 여성 A씨(사망당시 36세)가 살해된 뒤 암매장됐다’는 첩보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오전 10시30분께 땅속 2m 깊이에서 시멘트로 덮인 시신 한 구가 발견됐다. 4년이나 땅속에 묻혀 있던 시신은 상당 부분 백골화가 진행된 상태였다.

경찰이 2016년 10월 18일 오전 충남 음성군 대소면의 한 밭에서 굴착기를 이용해 시멘트로 덮인 시신을 찾아냈다. (사진=충북경찰청)
경찰은 첩보를 토대로 범인을 찾아 나섰고, 같은 날 오후 2시 30분께 인근의 한 마을에서 거주 중이던 A씨의 사망 당시 동거남인 이모(당시 38세)씨와 그의 남동생 B씨(당시 36세)를 차례로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이씨가 동거 중이던 A씨를 폭행해 살해한 뒤 동생과 함께 암매장했다고 의심하고 이씨 형제를 추궁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긴급체포 후에도 A씨 사망과의 관련성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의 강도 높은 추궁이 계속되자 결국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이씨는 “A씨와 싸우다 폭행해 A씨가 숨졌다”며 “피해자에게 미안하다”고 밝혔다. 동생 B씨도 “암매장 장소까지 운전을 해줬다”고 진술했다.

경찰조사 결과 폭력범죄 전과가 있던 이씨는 보도방을 운영하며 알게 된 A씨와 2012년 초부터 동거를 시작했다. 두 사람은 같은 해 7월부터 함께 주점을 운영하며 갈등을 겪었다. 그러던 중 이씨는 같은 해 9월 A씨가 다른 남성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집에서 수차례 폭행해 숨지게 했다.

이씨는 A씨가 숨진 이후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시신을 방치했다. 3일간 집밖에 머물던 그는 가족 소유의 밭에 암매장하기로 결정했다. 사체를 플라스틱 통에 넣은 후 B씨와 함께 밭으로 가 A씨 시신에 시멘트를 뿌린 후 암매장했다.

동거녀를 폭행해 숨지게 한 후 가족 소유 밭에 암매장한 이모씨가 2016년 10월 18일 경찰에 긴급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사진=충북경찰청)
당초 B씨는 ‘짐을 옮겨야 하니 운전을 해달라’는 이씨의 부탁을 받고 차량을 끌고 이씨 집에 갔다. 형으로부터 A씨 사망 사실을 이미 들었던 B씨는 이씨가 들고 나온 플라스틱 통에서 나는 사체 냄새를 맡고서야 사체은닉 시도를 알게 됐다. 하지만 그는 형의 부탁을 뿌리치지 못하고 범행에 동참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부검에선 ‘사체가 백골화가 많이 돼 사망원인은 파악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망원인을 특정할 수 없게 되자 결국 경찰은 이씨에게 살인이 아닌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 검찰도 경찰 수사대로 폭행치사와 사체은닉 혐의로 이씨 형제를 재판에 넘겼다.

1심은 2017년 1월 A씨에 대해 “고인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마저 저버리는 비인간적 범죄를 저지르고 범행을 영원히 은폐하려 했다”면서도 “다투던 중 우발적으로 A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동생 B씨에 대해선 “친형을 걱정해 사체은닉 범행 과정에서 차량 운전만 해 범행 가담 정도가 경미하다”며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내렸다.

이씨 형제가 항소한 가운데, 검찰도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씨는 2심에서 A씨 유족에게 합의금을 지불하고 처벌불원서를 받아 법원에 냈다. 2심 재판부는 합의를 근거로 A씨의 형량을 징역 3년으로 감형했다. B씨에 대해선 1심 그대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A씨는 결국 2019년 10월 3년 형기를 마치고 출소해 자유의 몸이 됐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집중'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 박결, 손 무슨 일?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