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닮은 카드시장...왜곡된 수수료 바로 잡다

영세 중소가맹점 1.5% 우대수수료..7개월간 1925억 '경감'
정부, 시장가격 개입은 '부담'…대학등록금 등도 논란 있어
의무수납제·가격차별금지 보완해야
  • 등록 2013-04-01 오전 6:00:00

    수정 2013-04-01 오전 11:28:27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지난 10년간 직장인들의 점심값은 4000~5000원 수준에서 7000원~1만원 수준으로 크게 올랐다. 그에 비해 자주 찾는 커피 값은 3000~5000원 수준으로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왜 그럴까. 에스프레소 바(커피전문점)는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해도 제품 가격 인상 대신에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있기 때문이다. 컵의 크기를 조금 줄인다거나 사용하는 원두 단가를 조금 낮춘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적정 원가율을 유지해오고 있다. 카드시장도 에스프레소 바와 마찬가지다.

지난달 30일로 100일을 맞은 2012년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 개편은 이같은 ‘양면시장(Complex product)’인 카드 수수료에 메스를 대 불합리한 구조를 정상화하고, 영세 중소 가맹점 등 경제적 약자를 보호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왜곡된 수수료 정상화…영세가맹점 ‘혜택’

1990년대말 도입된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으로 의무수납제와 가격차별 금지제도가 도입되고,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졌다. 이에 따라 영세 중소가맹점도 모두 카드를 받아야 해 역마진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실제 지난해 1월 기준 영세 중소가맹점이 많은 서민생활업종의 평균 수수료율은 2.4%로 대형가맹점 평균(1.57%)보다 0.83%포인트나 높았다.

2007년 금융감독원이 ‘가맹점 수수료 원가산정 표준안’을 내놨지만, 카드사의 원가 산정 방식만 언급할 뿐 산정된 원가 배분(가맹점별 계약)하는 방식 기준은 없어 기존 업종별 수수료 체계가 사실상 지속돼 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가맹점별 적격비용을 반영한 신 가맹점 수수료 체계가 적용됐다. 연매출 2억원이하 영세가맹점에 대해 1.5%의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카드매출 1000억원이상 대형가맹점이 적격비용(1.8%선으로 추정)에 미달하는 수수료를 요구하는 행위와 부당대가 요구 행위를 금지했다. 그 결과 대형가맹점 수수료율이 1%대 초중반에서 2% 내외로 정상화됐고, 가맹점간 수수료 격차는 약 1%포인트(1.5~2.7%) 수준으로 줄었다. 특히 일반음식점, 미용업, 세탁소, 숙박업소 등 골목상권의 평균 수수료율은 0.6~0.7%포인트가량 낮아졌다.

영세가맹점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우대수수료율 1.5%를 조기 적용해 총 1925억원 규모의 수수료 부담이 경감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은 신 수수료체계 도입 후 100일간 750억~1250억원 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산됐다.

◇ 대형사 버티기 ‘골치’…시장가격 개입 ‘부담’


신 수수료율 체계가 도입된 지 100일이 지났지만, 통신·항공 등 대형가맹점들의 버티기는 골치거리다. 그간 공익업종으로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던 통신사는 통신비 카드 납부 중단 등 소비자를 담보로 카드사에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최근 LG유플러스(032640) 등 일부 통신사는 카드사와 협상이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카드(029780)와 코스트코의 수수료 협상도 관건이다. 5년간 0.7%의 우대수수료를 적용하기로 한 양사간 사적 계약을 무시하고 정부 방침에 따라 새로운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아직 코스트코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4월중에는 마무리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카드와 코스트코가 대표적 사례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정부가 시장가격 결정에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수 있어 부담이다. 실제로 신 수수료율 체계를 적용하는 여전법 개정안은 여야 국회의원들의 주도로 통과됐고, 금융위원회 등 정부는 한 발짝 물러 서 있었다.

KDI는 “35년만에 개편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계로 카드사들의 가격결정 권리는 사실상 무력화됐다”면서도 “시장경제 원칙에 위배되지만 카드 결제시스템의 안정성과 공익성 유지에 필수적이라는 측면에서 정책의 합리성은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일부 업종 반작용 방지…의무카드 수납제 등 보완 필요

신수수료 체계 도입 이후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신수수료율 적용 이전에는 카드 수수료율이 낮은 업종에 국민 대다수가 혜택을 누리는 공익적인 분야 외에도 골프장, 대형할인점 등이 낮은 수수료를 적용받는 불합리한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문제점은 보완됐지만 개편 이후 대학등록금과 건강보험료, 통신비 등은 적격비용을 내게 된 업종으로 포함돼 소비자 불편을 초래한다는 불만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등록금을 비롯해 보험료, 아파트관리비, 통신요금 등은 신용카드 결제 대상이라기보다 계좌 자동이체 또는 정부지원제도(대학등록금 분할납부제도, 학자금 대출 등)를 통해 취급해야 할 대상”이라며 “법률상 카드납부 근거가 마련된 국세·전기·수도·가스 등 공공요금과 성격이 달라 적격비용의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법적으로 보장된 의무카드 수납제와 가격차별 금지조항에 대한 보완조치도 필요하다.

김영기 금융감독원 상호여전감독국장은 “신수수료율 체계 정착을 위해 대형가맹점의 부당요구행위 여부 감시강화와 대출금리 비교공시 강화를 통한 금리 인하 유도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의무카드 수납제, 가격차별금지 조항 등에 대해서도 장기적인 보완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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