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부터 대권 노렸던 김병준, 한국당서 승부수?

2007년 “장수가 명분 있으면…” 2012년 “압박 오면 쉽게 거절 못해”
박지원 “진보·보수 오락가락…김병준, 권력욕 강하다”
본인은 대권행보설 부인 “행동반경 줄이려는 술수”
비대위 성공해야 대권 길 트이는데, 지지율 횡보…일각선 “보수재편하라”
  • 등록 2018-08-05 오전 5:00:00

    수정 2018-08-05 오전 9:42:54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취임 후 보름여 지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두고 당밖에서 잇달아 ‘대권행보설’을 제기하고 있다. 당사자의 부인에도 사그라들지 않는 건 2007년 17대 대선 때부터 그가 대권 의지를 보여왔던 데다, 현재도 비대위원장으로선 다소 파격적인 면모를 보이는 탓이다.

다만 일각에선 ‘대권도전설’을 부르는 김 위원장의 행보가 본인에게나 당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영남 중심 정책신당’ 꿈꾼 김병준, 대선 해엔 ‘대통령’ 책 내

김 위원장이 대권을 준비 중이란 주장은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가장 강력하게, 지속적으로 제기 중이다.

‘정치 9단’이라 불리는 박 의원은 지난 1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보통 분이 아니다. 진보와 보수를 오락가락하면서 권력욕이 굉장히 강한 분”이라며 “국가주의 등을 말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대권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지도부로선 이례적으로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점, ‘모두, 다 함께 잘 사는 나라’란 메시지를 던지는 점 등도 근거로 더했다. 공천권이 없는 대신 당협위원장 교체 가가능성을 시사한 데에도 “자기 세력을 만들어 대권후보로 가는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여기에 정치권 일각에선 그가 당장의 인적쇄신 아닌 ‘가치 재정립’을 앞세운 것도 장기전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본다. 전례대로라면 2~3개월에 그칠 비대위를 6개월여 이끌면서 당을 장악하고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시간을 벌고 있단 시각이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나선 이해찬 의원도 김 위원장의 과거 이력을 언급, 그가 ‘정치욕’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지난달 23일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에서 함께 일했던 김 위원장에 대해 “정치 욕심도 있다. 2007년에 대선 출마를 하려고 열심히 노력했다”며 “우리 당에선 경선을 해야 하니, 다른 그룹을 만들어 하려 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2007년 말 대선을 앞두고 각종 인터뷰에서 “장수가 가치와 명분이 있으면 하는 것이란 생각이 가슴 한쪽에서 일어나고 있다” 등의 발언으로 대선 출마 가능성을 강력 시사했다. 그는 이수성 전 국무총리 등과 ‘영남 중심 정책신당’을 창당해 대선에 나서려 했지만, 이 전 총리가 직접 출마의사를 밝히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게 돌아가면서 대선 출마 뜻을 접었다.

2012년 대선에선 김두관 민주당 대선후보를 측면지원했지만, 2017년 대선을 앞두고는 “패권정치를 막는다는 입장에서 저같은 사람한테도 (대선출마) 압박이 오면 쉽게 거절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다시금 의지를 드러냈다. 2012년, 2017년 대선이 있던 해엔 각각 <99%를 위한 대통령은 없다>, <대통령 권력> 등 ‘대통령’을 다룬 책을 내기도 했다.

여지는 남겨뒀지만… 여건 녹록지 않아

김 위원장은 ‘대권행보설’을 일단 부인하고 있다. 개별 언론들과 전화접촉을 않겠다고 천명했던 그는 영남권 매체인 매일신문과는 2일 전화통화에서 “(대권) 욕심이 있지 않다”며 “주변에서 그런 얘길 하는 건 내 행동반경을 줄이려는 술수처럼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추후 대권 도전의 여지는 있다. 그는 지난달 18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비대위가 성공적으로 되면 그에 따른 당에 대한 영향력 행사가 아니라 정치 전반에 걸쳐 영향력 행사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당대표 도전 가능성은 일축하면서도 ‘정치 전반에 걸친 영향력 행사’란 말로 향후 행보에 여운을 남겨둔 셈이다.

그러나 전제는 역시 ‘비대위 성공’이다. 아직은 만만치 않은 과제다.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비대위 체제 전환이란 ‘컨벤션 효과’는 미미하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세지만 반사이익도 없다. 되레 정의당에 밀려 야당 중 지지율 2위로 떨어졌다.

경북 고령 출신인 점은 한국당을 발판 삼기에 유리한 조건이지만, 당내엔 세력도 없다. 비대위원 중 그의 측근이라 부를 만한 이는 최병길 전 삼표시멘트 대표뿐이란 말도 있다.

박지원 의원은 “현재 친박이건 비박이건 다 함께 데려가면서 자기의 세력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했지만, 안상수 한국당 의원은 “(대권 준비할) 인적 구성이 주변에 없을 것이고, 그런 판단을 할 수 있는 정보가 많지 않다”고 했다.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논문 표절’을 문제 삼아 극렬히 반대함에 따라 참여정부 시절 교육부총리에 임명되고도 한 달도 채 안 돼 낙마했던 과거도 걸림돌이다. 사정이 급한 한국당이 비대위원장직은 넘겼지만 대선후보 자리까지 호락호락 주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 위원장의 속내가 어찌됐든, 멀리 보면 그의 현재 행보가 당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단 혹평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5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비대위 포스트’를 준비 중인 듯하지만, 선거를 직접 뛰어본 적도 없으니 정당을 정치적 시각에서 보지 않고 가치와 정책으로 접근하고 있다. 당에서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라며 “인적쇄신을 안하는 건 대선을 위해 기반을 깨거나 줄이지 않고 안고 가겠단 의도로 읽힌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그러나 당장은 욕을 먹더라도 수도권, 중원에서 중도보수를 재건하겠다고 마음먹고 당의 문호를 열고 새 인물을 대거 수혈해서 재창당에 준하는 보수재편을 해야 한다”며 “그에 대한 평가로 자연스럽게 대권 후보가 되는 게 맞지, 그렇지 않으면 사익으로 당과 중도보수를 망쳤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고 쓴소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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