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미국in]트럼프 패싱한 파월이 진짜 두려워 하는 것

파월이 두려워 하는 것은 트럼프 압박 아닌 주가하락
트럼프 행정부 지속적 압박에도 금리동결 쐐기 박아
뉴욕증시 고공행진..현재는 저물가가 금리인하 열쇠
트럼프 측근들 저물가 앞세워 금리인하 압박 나서
  • 등록 2019-05-06 오전 9:00:00

    수정 2019-05-06 오전 1:11:24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트럼프는 노골적으로 그를 괴롭혔지만, 파월은 눈만 껌벅거렸다.”

도널드 트럼프(사진 왼쪽)의 노골적이고 지속적인 ‘금리 인하’ 압박과 제롬 파월(오른쪽)의 무시로 요약되는 현재의 백악관·중앙은행의 관계를 두고 스티븐 펄스타인 미국 조지메이슨대 행정학과 교수가 내놓은 관전평이다.

파월을 ‘세계경제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앉힌 이는 트럼프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금리 인하 요구를 못 들은 척 외면하는 파월의 자신감의 배경은 무엇일까.

파월이 두려워하는 건 트럼프 아닌 주가 하락

파월은 지난 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어느 방향이든 기준금리를 움직여야 하는 강한 근거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또 “저(低) 물가는 일시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불과 하루 전 “1%포인트의 금리 인하와 약간의 양적 완화가 이뤄진다면 우리는 로켓처럼 올라갈 잠재력이 있다”며 대놓고 ‘금리 인하’를 요구한 트럼프를 단번에 깔아뭉갠 발언이다.

더 나아가 파월은 “우리(연준)는 정치적 요인을 의사 결정 과정에서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트럼프의 금리 인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시장은 트럼프의 ‘체면’을 봐서라도 파월이 금리 인하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시그널’은 줄 것으로 봤다.

작년 12월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자 트럼프는 파월 교체 검토를 지시하는 등 불같이 분노했고 연준은 때마침 둔화하는 경제지표를 앞세워 추가적인 금리 인상 대신 ‘관망·인내’ 기조로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했다. 시장에서는 이번에도 파월이 트럼프의 체면을 봐서라도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에 대한 펄스타인 교수의 분석은 눈여겨 볼만하다.

“파월은 작년 말 갑작스럽게 악화한 경제지표를 앞세워 자신의 굴복(surrender)을 합리화했다. 그러나 지난 4월 일자리 26만3000개 증가한 것이 보여주듯이 당시 지표들은 일시적이었을 뿐이다. 사실 투자은행 출신인 파월은 경제지표에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파월이 금리인상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지난해 4분기 20%의 가파른 하락세를 보인 주식시장 때문이다”

올해 초 파월의 기조 변화는 트럼프의 압박이나 경기둔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경제지표가 아닌 주가하락 때문이었다는 얘기다. 뒤집어 말하면 파월이 금리 인하를 결정한다면 가장 큰 이유가 주가 하락이 될 것이란 진단이다. 심지어 뉴욕매거진은 “연준이 겁을 먹었던 지난해 말과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지금의 차이는 오직 ‘뉴욕증시의 하락장과 상승장의 차이’일 뿐”이라고 했다.

사진=AFP
◇저물가가 변수…10일 발표 소비자물가지수 주목

뉴욕증시는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가장 큰 걱정거리였던 미·중 무역협상은 타결 시점만 남겨놓은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어닝시즌도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렇다면 연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은 사라진 것일까?

변수는 남아 있다. 파월은 이번 FOMC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열어뒀다는 게 시장의 해석이다. 단초는 ‘저물가’를 강조한 정책성명서에서 찾을 수 있다. 연준은 정책성명서에서 “전반적인 물가와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물가 모두 하락하면서 (연준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다”고 진단했다.

불과 한 달 전 “전반적인 물가는 에너지값의 영향으로 하락했지만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물가는 2% 부근에 머물렀다”고 평가한 것과 비교하면, 작지 않은 변화다.

AP통신이 “이번 정책성명서는 향후 기준금리의 향배가 ‘인상’이 아닌 ‘인하’일 전망을 높인 신호”라고 해석한 배경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에서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보는 베팅이 아직 50% 이상인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오는 10일 공개되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수치에 따라 금리인하 압박은 더 커질 수 있다.

만약 파월이 향후 금리인하를 결정한다면 그 명분은 저물가가 될 공산이 크다. 트럼프의 측근들이 ‘저물가’를 지렛대로 금리인하 압박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3일 CNBC방송에서 “지금은 단지 금리를 올리지 않는 게 아니라 인하를 고려할 시점”이라며 저물가 문제를 거론한 게 대표적이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같은 날 블룸버그TV에 저물가를 강조하며 “연준이 금리 인하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대한민국 3대 도둑 등장
  • 미모가 더 빛나
  • 처참한 사고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