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공기, 날이 선 도구들, 차가운 부검대, 그 위에 놓인 시신. 상상만으로도 오금 저리고 익숙지 않은 공간이다. 하지만 이곳은 죽은 자가 하는 마지막 이야기를 듣는 중요한 공간이다.
“그분들이 세상을 떠날 때 마지막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게 만약 억울한 거라면 반드시 억울함을 풀어줘야죠”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 원장의 말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법의관들은 부검을 통해 고인이 몸에 남긴 메시지를 찾고, 그 속에 감춰진 비밀 혹은 억울한 사연을 듣는다. 법의관들은 이 과정을 통틀어 삶의 마지막 진료, 죽은 자와의 마지막 대화라 표현했다.
그는 “옆에서 보면 미친 사람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 그냥 ‘왜 이렇게 늦었어요.’ 라든가 그런 얘기를 할 때도 있어요. 그러니까 그게 대부분 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얘기죠”라고 말했다.
부검을 통해 각종 범죄와 사건·사고를 예방해, 남은 자들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면 그 죽음이 단지 하나의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죽은 자의 과거를 밝혀서 우리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그린다고 한다.
서울대학교 법의학교실 이숭덕씨는 “죽음은 삶을 더 풍성하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죽음과 삶은 동전의 양면이라 생각하고, 죽음을 바로 바라보면 현재 삶이 조금 더 의미 있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