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포 증거 없지만 ‘성관계 영상’ 몰래 백업한 전남친…배상 첫 인정

  • 등록 2021-05-22 오전 12:03:00

    수정 2021-05-22 오전 12:03:00

[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여자친구와 성관계 영상을 촬영한 뒤 삭제키로 한 약속을 어기고 보관한 남성에게 법원이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서울북부지법 민사6 단독 박형순 판사는 지난 14일 A씨가 전 남자친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하고 3000만원을 배상토록 했다.

2014년 5월 B씨는 A씨에게 성관계 영상 촬영을 여러 차례 제안했다.

A씨는 계속 거절했지만 B씨로부터 ‘촬영 직후 삭제’를 약속받고 촬영에 응했다.

A씨는 B씨가 휴대전화에서 영상을 삭제하는 것을 확인했다. 몇 달 지나 헤어진 후에도 삭제 여부를 재차 물어 “삭제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4년 뒤 A씨 얼굴이 노출된 성관계 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됐다. 수십 여개의 음란물 사이트에 유포된 횟수만 700여회였다. A씨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의 휴대전화 촬영물은 자동으로 구글 드라이브, 네이버 클라우드 등 온라인 저장소에 백업이 됐다.

하지만 B씨가 유포했다는 증거는 없었다. B씨는 자신의 휴대전화가 해킹을 당했고 자신의 얼굴도 음란물 사이트에 공개됐으니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영상이 처음 올라온 사이트는 폐쇄되면서 최초 게시자도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결국 경찰은 B씨가 직접 유포했다는 증거를 확보할 수 없어 유포 행위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수사과정에서 B씨가 A씨 외에 다른 여성들을 몰래 촬영한 혐의도 드러났다. 이에 B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억울함에 동영상 관리 책임을 묻기 위해 민사소송을 선택했다. 지난해 A씨는 B씨를 상대로 3000만100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B씨 측은 영상을 동의 없이 저장했을 뿐 유포하지 않았다고 재차 주장했다. 첫 번째 재판부는 화해 권고와 2000만원의 위자료를 책정했다. 하지만 A씨 측은 거절했다.

A씨는 탄원서를 쓰며 1년여의 시간동안 소송에 임했고 바뀐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청구한 위자료에서 100원을 뺀 3000만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유출경위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피고가 동영상이 유출될 수 있는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며 “단순 부주의로 보기 어렵고 원고의 인격권과 사생활도 침해됐다”고 밝혔다.

A씨 측은 한 매체를 통해 “삭제 합의를 위반해 유포에 원인을 제공한 자에 대한 첫 손해배상 책임 인정 사례”라고 설명했다.

A씨는 판결에 대해 “조금이나마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며 “앞으로 죽을 때까지 영상을 삭제하며 살아보겠지만 힘을 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본인과 같은 피해자들이 이번 판결 결과를 많이 알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누리꾼들은 “저 돈 영상 지우는데 다 사용되고도 모자를 거다”, “한 사람 인생을 망쳤는데 3000만원이라니”, “동영상이 휴대전화에 있는데 유포자가 아닐 수도 있다니...”, “영상 삭제 비용 전부 전 남친이 해야 됨”, “유포 증거를 못 찾은 게 너무 아쉽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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