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빼달라’ 요구에…5년간 경비원 끈질기게 괴롭힌 입주민(영상)

  • 등록 2021-06-02 오전 12:03:00

    수정 2021-06-02 오전 12:03:00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 경비원이 한 입주민에게 ‘차를 빼 달라’고 요구한 이후 5년간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 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게시판에는 ‘아파트 경비원입니다. 5년 넘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으로부터 5년간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사진은 입주민 B씨가 엘리베이터에 타며 CCTV를 향해 손가락 욕을 하는 모습.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게시판 캡처)
경비원 A씨는 “더 이상은 견디기 어려워 글을 남기게 됐다”며 “다른 아파트도 그렇겠지만 여기 아파트도 주차공간 문제가 있어서 잦은 민원 발생 사유 중 하나”라고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는 1500세대 규모로, 무인경비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경비원이 동별로 상주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내 통합상황실에서 근무자 3~4명이 근무하는 형태다.

A씨는 “민원이 동시에 발생하거나 세대 방문을 해야 할 땐 순서에 따라 최대한 처리를 해 드리려고 하지만 3~4명이 1500세대를 소화하기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입주민의 괴롭힘은 5년 전 시작됐다. A씨는 “차가 막고 있어 나가기가 어렵다는 한 입주민의 민원이 들어왔고, 차 한 대만 이동하면 될 것 같아 차주 B씨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차를 이동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B씨는 상황실을 찾아 ‘차를 충분히 뺄 수 있는데 왜 쉬는 사람에게 전화했느냐. 너희가 주차 단속을 안 하니까 주차할 곳이 없는 것 아니냐’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당장 입주민 소유가 아닌 차량은 단속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A씨가 조사한 결과 이날 주차장에는 방문객 차량 일부와 입주민이지만 미처 차량을 등록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후 B씨의 집요한 괴롭힘은 시작됐다.

A씨는 “B씨는 그 이후부터 틈만 나면 술은 먹은 후 밤낮 가리지 않고 전화해 ‘주민스티커 붙이지 않은 차량은 다 빼라’, ‘견인을 하든 뭐든 하든 무조건 빼라’라고 강요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차량 앞에 이중주차된 차가 있으면 전화를 걸어 ‘당장 차 빼라. 그럼 나도 입구 막을 거다’ 등 매번 똑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괴롭히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는 “저희는 주민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입장이라 그런 점을 악용하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B씨가 아파트 지하주차장 CCTV에 얼음을 집어 던지는 모습이 담긴 영상. (영상=보배드림)
심지어 B씨는 경비원들이 지켜보는 지하주차장 폐쇄회로(CC) TV를 향해 무언가를 던지기도 했다.

A씨는 “어느 날 대원들이 모두 출동해서 혼자밖에 없어 (B씨의 민원에 대해 응대를 못 한다고 했더니) 지하주차장 CCTV에 얼음을 집어던지고,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손가락 욕을 한 적도 있다“며 CCTV 영상과 사진 등을 공개했다.

A씨는 “참다못해 업무방해로 B씨를 경찰에 신고한 적도 있지만, B씨는 ‘갑질로 인한 벌금 1000만 원을 낼 테니 끝까지 해보자’며 날이 갈수록 괴롭히는 방법이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괴롭힘은 점점 더 심해졌고, B씨 때문에 그만둔 경비원만 10명이 넘는다고 A씨는 주장했다. 그는 “전화를 받고 나면 며칠 동안 잠도 못 자고, 또 언제 전화를 해 괴롭힐지 불안에 떨고 있다”고 고백했다.

A씨는 “(B씨) 본인 입으로 앞으로 계속 경비원들을 괴롭히겠다고 하는데, 당하고 있어야 하는 점이 너무 참담하다”며 “온갖 방법을 다 써봐도 벗어날 방법이 없는데 어떡하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 관리규약에 경비원 등 근로자에 대한 괴롭힘 금지 사항을 반영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1월5일 공포·시행하고 있다. 해당 개정안에는 경비원에 대한 업무 외 부당한 지시나 명령을 금지하고 있고 괴롭힌 금지 내용을 담고 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한라장사의 포효
  • 사실은 인형?
  • 사람? 다가가니
  • "폐 끼쳐 죄송"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