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워서 유감"..대통령이 사과한 불수능[그해 오늘]

2002학년도 수능, 한해만에 돌변해 역대급 난이도로 출제
전년 대비 400점 만점 평균점수 66.5점 급락..만점자 전무
학생·학부모 혼란 커지자, 김대중 대통령 "충격줘서 유감"
  • 등록 2022-11-07 오전 12:03:00

    수정 2022-11-07 오전 12:03:0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2001년 11월7일 2002학년도 대학 수학능력평가시험이 치러졌다. 21세기 첫 수능의 난이도는 역대 최악에 버금갈 만큼 악명 높았다. 400점 만점 기준으로 상위 50% 수험생의 평균성적은 270.0점(100점 만점 기준 67.5점), 전체 수험생 평균 성적은 210.8점(52.7점)이었다. 모든 영역에서 만점자는 등장하지 않았다. 역대급 쉬운 수능 평가를 받은 직전년도 2001년 수능 400점 만점 점수와 비교하면 상위 50%의 평균 성적은 66.8점, 전체 평균 성적은 66.5점 각각 하락했다.

수험생 여러분, 힘내세요!(사진=이미지투데이)
시험을 치르는 이유는 응시자의 변별력을 가리려는 것이다. 너무 쉬우면 다수가 좋은 점수를 받고, 너무 어려우면 모두가 다수가 나쁜 점수를 받는다. 그러면 변별력이 없어서 응시자를 실력으로 가리기가 어렵다. 불과 한 해 만에 물수능에서 불수능으로 돌변한 수능을 두고 수험생과 학부모, 일선 고교 및 대학가, 학원가, 교육 당국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심지어 김대중 대통령까지 나서 “쉽게 출제한다는 정부 약속을 믿었다가 충격을 받은 학부모와 학생들을 생각할 때 매우 유감스럽다”고 사과했다.

사실 시험이 어려우면 상위권보다는 중하위권 응시자의 점수가 흔들리는 경향이 있다. 2002년 수능은 이런 법칙도 빗겨갔다. 서울대는 수능 직전 발표한 2단계 수시 합격자 1156명 가운데 12.5%(144명)이 수능 자격기준(2등급 이상)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했다. 이밖에 한국외국어대는 수시모집 담임교사추천 특별전형 합격자 350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2.3%(148명)가 수능 자격기준 미달로 불합격했다.

수시에서 탈락한 수험생은 정시로 몰렸다. 정시에서는 수능과 더불에 내신이 당락을 좌우했다. 당시 고교 내신은 상향평준화를 넘어 초인플레이션에 다가서 있었다. 내신은 절대평가 방식을 따르기에 일정 수준 이상이면 모두 상위에 랭크된 것이다. 고교는 학생 대학 진학률을 높이고자 내신을 후하게 주는 데에 인색하지 않았다. 모두가 내신이 좋은 탓에 수능 점수로 당락을 겨뤄야 하는데, 수능은 이미 변별력을 상실한 상태였다.

수시의 정시화는 교육 당국의 정책 방향과 어긋났다. 김대중 정부 교육 당국은 1998~1999년 대입제도 변화에 착수했다. 대표적인 게 야간자율학습과 모의고사를 전면 폐지였다. 그러면서 공부가 아니라 특기로 대학을 가는 방향을 제시해 전인적이었다. 정시보다 수시로 대학가는 길을 연다는 것이었다. 수행평가가 내신에 반영된 것도 이때부터다.

이렇게 수능을 보고 대학에 입학한 세대가 2002~03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들이다. 그러나 수시로 갈 수 있다는 것이지 비중이 늘지는 않았다. 절대다수는 정시를 거쳐서 대학에 입학해야 했다. 정시 실패는 입시 실패와 같았다.

특히 성적표에 총점기준 누가성적분포표를 공개하지 않아 상당수 수험생은 진로 선택에 애를 먹었다. 입시에서 수능 비중을 줄이고자 수능 등급제(9등급)를 처음 도입한 취지를 살리려고 한 것이다. 총점 백분위와 누적분포를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하향지원 흐름이 우세하게 나타났다. 입시에 실패하거나 만족하지 못한 응시생이 이듬해 수능에 몰렸다. 재수생 우세 현상으로 이어졌다.

모의고사는 2002년 부활했다. 모의고사를 거치지 않고 수능을 치르느라 감을 익히기 어려운 불만을 고려한 조처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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