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비에리' 칭송 前국가대표…납치강도 전락하다[그해오늘]

승부조작 1심서 집유로 석방되자 여성 상대 강도짓
세 차례 구속되기도…법정서도 거짓 변명으로 일관
"살려달라"는 여성 위협…법원 "추가피해 발생할뻔"
승부조작·강도, 1심 '집유'→2심 징역 5년6월 실형
  • 등록 2023-01-17 오전 12:02:30

    수정 2023-01-17 오전 7:22:28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13년 1월 17일 오후 서울법원종합청사 312호 법정. 특수강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건장한 체격의 남성 2명이 피고인석에서 2심 판결을 듣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9부 재판장이던 김주현 부장판사가 판결 선고 말미 주문(主文, 판결의 결론)을 낭독한다.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 김동현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다.”, “도주의 우려가 있으므로 구속영장을 발부한다.”

이미 두 차례 구속됐던 전력이 있었던 ‘피고인 김동현’은 이날 법정구속은 세 번째 구속이었다. 김동현은 청소년 대표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대한민국 축구의 기대주였으며 국가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다.

탄탄한 체격을 바탕으로 한 저돌적 몸싸움으로 이탈리아 유명 스트라이커였던 크리스티안 비에리를 닮았다고 해서 ‘한국판 비에리’로 불리기도 했다.

2004년 4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말레이시아전에서 김동현이 골을 넣은 후 유니폼에 입맞추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축구의 기대주였으며 축구선수론 한창 나이인 20대 후반의 전직 국가대표 선수가 어쩌다 강력범죄 전과자로 전락한 것일까.

승부조작 주범격…선수들에 브로커 소개

창원지검은 2011년 5월 K리그 승부조작 사건에 대해 본격적 수사에 착수했다. 가담 의혹이 있는 선수들과 브로커들이 잇따라 소환되는 가운데, 국가대표 경력이 있는 유명 선수들까지 이름이 거론돼 충격을 줬다. 당시 적발된 선수는 46명에 달했다.

특히 군입대로 당시 상무 소속이었던 김동현은 승부조작 브로커들과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연결하고 돈을 받은 ‘브로커의 브로커’ 역할을 했던 것으로 드러나며 축구계를 경악하게 했다.

결국 김동현은 검찰 통보를 받은 군검찰에 구속돼 사기방조와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김동현은 같은 해 9월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이 심리한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구속기간의 군복무 산입으로 같은 날 전역도 했다.

전역과 동시에 사건 주체는 검찰로 변경됐고,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김동현은 1심 판결에도 결국 피고인 신분은 유지하게 됐다.

축구계를 위기로 내몬 범행을 저지른 당사자였지만 김동현은 자신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소한다는 이유로 또 다른 범죄를 계획했다. 대학 후배인 전직 프로야구 선수 윤모씨를 설득해 강도짓을 하기로 한 것이다.

차 훔친 후 6시간 동안 강남 일대서 범행대상 물색

케이블타이, 청테이프, 대포폰, 대포통장 등 범행 동구를 미리 챙겨 온 김동현은 2012년 5월 25일 저녁 시간 서울 청담동 한 도로에서 승용차를 훔친 후 윤씨를 만나 압구정동과 청담동 일대를 6시간 동안 배회하며 강도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김동현과 윤씨는 26일 새벽 2시께 40대 여성이 운전하는 외제차를 뒤따라갔다. 김동현은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한 채 피해자 차량이 주차하려 하자, 타고 있던 차에서 내려 피해자 차량에 접근했다.

그리고 차량에서 내리려던 여성에게 다가가 “가만히 있으면 목숨은 살려주겠다”고 위협한 후 다시 차량에 태웠다. 피해 여성이 “지금 갖고 있는 400만~500만원을 드리고 나중에 더 드릴 테니 살려달라”고 했으나 김동현은 “장난쳐?”라고 소리치며 겁을 줬다.

김동현은 이후 피해 여성을 조수석에 태운채 운전했고, 공범 윤씨는 훔친 차량을 운전해 피해자 차량과 나란히 이동했다.

조수석에서 겁을 먹고 있던 피해 여성은 김동현과 윤씨가 차량 브레이크등으로 신호를 주고받는 것을 보고 공범의 존재를 눈치챘고, 극도의 공포 속에서 운행 중인 차량에서 뛰어내렸다.

피해 여성은 곧바로 뒤따르던 택시를 탄 후 이들의 차량을 추격하며 경찰에 신고했다. 피해자 차량을 몰고 100미터가량 달아난 김동현은 차를 버리고 도주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검문검색을 강화해 20분 만에 택시를 타고 현장을 벗어나려는 윤씨를 먼저 붙잡았고, 인근을 배회하던 김동현도 곧바로 검거했다.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김동현과 전직 프로야구 선수 윤모씨가 2012년 5월 29일 납치강도 혐의로 체포돼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며 자신의 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사진=뉴스1)


체포 후에도 “우발적 범행이고 협박 안했다” 거짓변명

검찰은 특수강도 혐의를 적용해 김동현과 윤씨를 구속기소했다. 김동현에겐 차량을 훔친 절도 혐의가 추가됐다. 피해 여성은 기소 후 이들을 용서하고 처벌불원서를 써줬지만 김동현은 법정에서도 “우발적 범행이었고, 범행시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다”고 변명으로 일관하며 진지한 반성을 하지 않았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배심원들은 특수강도죄에 대해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했고, 강도죄에 대해서만 다수 의견으로 유죄 의견을 냈다.

특수강도죄는 흉기를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함께 범행시 적용된다. 야간에 주거지 등을 침입한 경우도 특수강도죄가 인정된다. 배심원들은 김동현 범행이 이 같은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1심 재판부도 배심원 평결과 마찬가지로 김동현에 대해 특수강도가 아닌 강도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공범 윤씨에겐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에 검찰은 “특수강도죄가 인정돼야 한다”며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2심은 흉기 이용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함께 범행을 공모해 야간에 관리하는 건조물인 주차장에 침입한 점이 인정된다며 강도죄가 아닌 특수강도죄를 유죄로 판단했다.

김동현에겐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와 함께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공범 윤씨에겐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범행 과정을 보면 김동현과 윤씨의 범행 목적이 단순히 피해자의 승용차를 강취하는 데에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가 도망가지 않았다면 다른 장소로 데려가 추가 범행을 했을 것”이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동현은 법정구속 보름 후인 2013년 2월 1일 이번엔 승부조작 사건 2심 선고공판이 열리는 수원법원종합청사 법정동 110호 피고인석에 자리했다.

수원지법 형사항소5부(당시 재판장 윤강열)는 군사법원 1심의 집행유예 판결을 파기하고 김동현에게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300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김동현은 특수강도 사건과 승부조작 사건 2심 결과에 모두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013년 4월과 7월 상고를 기각하고 2심 형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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