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삼남매는 왜 '전과 8범' 사이비교주 희생양이 됐나[그해 오늘]

160㎏ 거구 40대男, 50대 여성 무자비한 학대·구타로 살해
"하나님과 소통해 환생시키겠다"며 암매장…3개월 후 들통
피해자 남매, 사이비에 빠져 돈 뺏기도 시신유기 범행 가담
  • 등록 2023-02-24 오전 12:02:00

    수정 2023-02-24 오전 1:23:47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15년 경북 영주에 살던 박모(당시 39세)씨는 스스로를 하나님이라고 주장하는 사이비 교주였다. 신장 180㎝에 체중 160㎏의 거구로서 폭력 등 전과 8범으로 직업이 없던 백수였다. 그러나 교회 신도였던 박씨의 부모도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아들을 “기적을 행하고 영적인 능력이 있는 살아있는 하나님, 성령의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다녔다.

같은 교회에 다니던 40대 후반의 여성 A씨는 같은해 농사일과 관련해 박씨 부모에게 도움을 받으면서 이들과 친분을 쌓았고, 박씨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직접 대화를 나눠본 후 현혹됐다. A씨는 박씨 부모 집에서 박씨 및 박씨 아내와 함께 예배를 드리며 유대관계를 쌓았다.

(자료 사진)
A씨는 자신의 가족들에게도 전도를 했다. 이로 인해 언니 B씨와 오빠 C씨도 박씨를 ‘주님’으로 섬기며 설교를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 후인 2017년 2월 A씨는 박씨의 설교에 전도돼 아예 가정을 버리고 가출해 언니 B씨가 마련해 준 돈으로 원룸을 구해 박씨 부부, 언니 B씨와 함께 합숙을 시작했다. A씨 남매들은 수억원을 헌금조로 박씨에게 갖다 바쳤다.

160㎏ 거구, 왜소한 50대 여성 무자비 구타

이때부터 박씨의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는 설교 도중 자세가 흐트러졌다거나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을 경우 ‘귀신이 들렸다’며 A씨 자매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거나 가혹행위를 가했다. 특히 50대 후반 나이였던 B씨에 대해선 폭행의 정도가 더욱 심해, B씨는 얼마 후부터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제대로 앉기도 힘든 상태가 됐다.

합숙을 시작한 지 두 달가량이 지난 2017년 4월 11일, 박씨는 새벽시간부터 잠을 자지 않고 13시간 넘게 설교를 이어가던 중 B씨의 자세가 흐트러졌다는 이유로 욕설과 함께 무차별적인 구타를 가했다. 심각한 부상을 당해 의식이 희미해져가는 B씨를 향해서도 “살고 싶으면 대답해라. 아니면 죽는다”고 겁을 준 후, 또 다시 무지막지한 폭행을 이어갔다. 그리고 B씨가 의식을 잃자 자신의 아내와 A씨를 시켜 찬물을 뿌리도록 했다. 그럼에도 B씨가 의식을 되찾지 못하자 다시 끔찍한 폭행을 이어갔고, 결국 B씨는 사망했다.

B씨가 사망하자 박씨는 B씨 남동생인 C씨에게 전화를 걸어 “누나가 죽었으니 오라”고 한 후, 자신의 부모에게도 전화를 걸어 “사체를 묻을 장비를 챙겨 오라”고 요구했다. 그날 저녁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박씨는 “내가 하나님과 채널링을 통해 B씨를 다시 살릴 테니 우선 매장하자”고 말했다. 암매장 장소는 박씨 모친이 제안한 지역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모두 함께 이동해 B씨 시신을 암매장했다.

자신의 형제가 끔찍하게 살해돼 암매장됐음에도 A씨와 C씨는 박씨에게 세뇌돼 신고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A씨와 C씨는 B씨 사망 이후에도 무려 3개월 동안이나 박씨 부부와 합숙을 이어나갔다. A씨 자매가 박씨 부부 숙소에서 탈출한 것은 그해 7월이었다. 이들은 박씨를 신적인 존재로 믿은데다가 ‘가족까지 살해하겠다’는 박씨 협박에 선뜻 경찰에 신고를 하지 못하고 부산에서 숨어지냈다.

A씨 자매가 경찰서를 찾은 건 탈출 후 한참이 지난 같은 달 24일이었다. A씨는 “박씨가 신기하게도 내 사정을 다 아는 듯해 진짜 신적인 존재로 믿었다”며 박씨의 범행 내용을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은 A씨 자매의 자수 내용을 토대로 암매장된 B씨 시신 발굴에 나섰고 같은 달 30일 경북 울진에서 B씨 시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같은 날 박씨를 긴급체포했다.

수사기관서도 “내가 아닌 피해자 형제들이 죽였다”

박씨 및 박씨 가족들은 수사기관에서 오락가락 진술을 반복했다. 범행을 인정했다가도 어느 순간 말을 바꿔 범행을 부인하기 일쑤였다. 경찰 수사와 검찰 수사 초기 혐의를 인정했던 박씨는 검찰 조사 도중 본격적으로 범행을 부인하며 “경찰에서 협박을 당해 허위 진술을 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박씨 가족은 “B씨를 죽인 것은 A씨와 C씨”라고 말을 맞추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은 박씨를 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하고, 박씨 아내, 부모와 A씨, C씨에겐 사체유기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박씨는 법정에서도 “B씨를 살해하지 않았다. 범인은 A씨와 C씨”라고 주장했다. 사체유기 혐의에 대해서도 다른 가족들과 함께 “시신매장 장소까지 함께 가긴 했지만 사체유기에 가담하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들에 대한 1심 판결은 2018년 2월 24일 알려졌다. 1심은 박씨에게 징역 30년, 박씨 부모·아내에게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범행에 가담한 A씨와 C씨에겐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박씨에 대해 “자신을 영적 능력이 있는 존재로 가장해 재산상 이익을 누린 끝에 잔혹한 방법으로 살인을 저질러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자신의 가족과 피해자 유족들을 끌어들여 사체를 유기했다”고 질타했다.

박씨를 비롯한 피고인들 전원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박씨와 박씨 부모가 1심 때와 마찬가지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가운데, 2심에선 박씨 아내가 기존 진술을 뒤집고 “박씨가 B씨를 무지막지하게 구타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따라 2심도 1심과 마찬가지로 박씨의 살인과 박씨 가족의 사체유기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다만 양형에 대해선 “박씨가 B씨를 계획적으로 살해했다기보다는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양형조건들을 참작하면 1심의 형량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보인다”며 박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또 박씨의 모친과 아내에 대해서도 1심의 실형이 아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박씨는 이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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