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정가의 유력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위원은 13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 특별 인터뷰에서 오는 16~17일 한일 정상회담을 두고 “지금은 (지정학적으로) 역사적으로 볼 때 너무 위험한 시기”라며 이렇게 말했다. 북·중·러에 더해 이란 등 중동까지 밀착하는 상황에서 한·미·일 동맹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게 워싱턴의 냉정한 시각인 것이다. 매닝은 30년 가까이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을 조언하고 있는 최고의 아시아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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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닝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일본 기업들과 협력해 (미래청년)기금에 적극적으로 출연하도록 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배상 책임이 끝났다는 일본의 입장이 확고한 만큼 일본 기업들의 배상 참여를 이끌어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제3자 변제’와 함께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미래청년기금을 만들기로 했고, 일본 정부가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한일 관계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의미다. 강제동원 배상에 대해 한국 대법원 판결과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이 충돌하는 만큼 정치·외교적인 타결이 거의 유일한 해법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매닝 연구위원은 한국에 대한 미국 산업정책의 역차별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일본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미국은 한국의 우려를 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다음 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