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울어야 새벽 밝았다…희망·다산·풍요 상징

2017년 정유년 '닭의 해'
삼국사기·삼국유사 등 상서로움 기록
시계 없던 시절 시간 알리는 역할
치맥·삼계탕 등 식재료로도 각광
  • 등록 2016-12-31 오전 12:25:00

    수정 2016-12-31 오전 12:25:00

12지신 중 열 번째 동물인 ‘닭’(사진=국립민속박물관)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2017년은 정유년, 12지신 중 열번째 동물인 닭의 해다. 닭은 12지신 중 유일하게 날개가 달린 동물이다. 우리 민속에서 닭은 방향으로서는 서, 시간으로는 오후 5~7시, 달로는 음력 8월을 지키는 방위신이자 시간신이다. 또한 새벽을 알리는 울음으로 귀신을 내쫓고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상서로운 동물로 한민족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문헌상으로 닭이 상서로운 존재로 처음 등장한 것은 ‘삼국유사’와 ‘삼국사기’다. 신라의 혁거세와 김알지 신화를 통해 닭은 하늘과 사람을 이어주는 신령스러운 매개자로 등장한다. 닭의 숲을 의미하는 ‘계림’은 신라 수도 경주의 월성 앞에 있는 숲의 이름이며 ‘계림’ 자체가 신라의 국호로 쓰이기도 했다. 실제로 경주 천마총에서는 수십개의 달걀이 들어 있는 단지가 발굴될 만큼 ‘닭’은 우리 민족의 고대사와 밀접했다.

서일석 ‘닭’(사진=국립민속박물관)
닭은 액을 물리치고 복을 부르는 주술적 동물로도 각광 받았다. 조선 후기 홍석모의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정월 초하루 새벽에 닭이나 호랑이 등의 그림을 붙여 액이 물러가기를 비는 풍습이 있었다.

시계가 없던 옛날에 닭은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울음소리에 맞춰 제사를 지냈기 때문에 닭 울음소리에 대한 터부도 있었다. 닭이 초저녁에 울면 재수가 없고 한밤중에 울면 불행한 일이 생기며 해가 진 후에 울면 집이 망한다는 속설이 있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도 같은 맥락에서 생겼다.

생물학적으로 닭은 열대지방이 원산지며 삼국시대 이전 남방에서 들어와 토종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닭은 상징적인 의미 외에도 식재료로서도 한민족에게 특별했다. 17세기 중반 한글로 쓰인 ‘음식디미방’에 닭요리법이 등장하며 조선왕조의 각종 의궤에서도 닭 요리법에 대한 여러 기록이 남아 있다. 특히 ‘삼계탕’은 전통 보양식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최근 한류를 타고 외국인의 입맛까지 사로잡고 있는 ‘치맥’도 결국 ‘닭’이 중심인 음식이다.

국토정보지리원에 따르면 닭과 관련한 유구한 역사와 민속 덕에 국내 지명 가운데 ‘계룡산’ ‘계족산’ ‘닭실마을’ 등 닭과 관련한 지명은 총 293개로 12지신 관련 지명 중 용(1261개), 말(744개), 호랑이(389개)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우리 조상은 닭이 머리에 관(볏)을 썼으니 문(文), 발톱으로 공격을 하니 무(武), 적을 보면 싸우니 용(勇), 먹을 것을 보면 서로 부르니 인(仁), 어김없이 때를 맞춰 우니 신(信) 등 오덕을 지녔다고 여겼다”며 “닭이 울면 새벽이 오고 어둠이 끝나며 밤을 지배하던 마귀나 유령도 물러간다고 생각했던 만큼 정유년 새해에 좋은 일이 가득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주 심인섭의 ‘쌍계도’(사진=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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