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사이클은 마케팅이다"…혹시나 했던 반도체, 역시나?

6월 1주 지수 상승 기여 44.2%…7일 삼전 0.36%↓
비메모리 부족, 팹 정상 가동 등에 2분기 이후 완화 '긍정적'
"디램 가격 4분기 말 피크…실적 나오면 안도랠리 정도"
산업보단 '매크로 연동' 진단…'테이퍼링' 등 이쪽도 안 좋아
  • 등록 2021-06-08 오전 12:10:00

    수정 2021-06-08 오전 12:10:00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코스피에서 절대적인 시가총액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가 오랜 침묵 끝에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반도체 공급망 병목현상이 최악의 상황을 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의 경우 이익 추정치 대비 올해 주가 수익률로 볼 때도 상승 여력이 있다는 평가다. 다만 IT 제품 수요에 대한 의문과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등 유동성 확장 국면이 꺾인단 점 등으로 오를 수 있는 폭이 한정돼 있단 관측도 있다.
(출처=한국거래소)
“공급 불안 완화…코스피 급행열차 출발 멀지 않았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0.36% 하락 마감했다. SK하이닉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주(5월 31일~6월 4일) 내내 외국인이 순매수해 총 8988억원을 사들였다. 반면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195억원 팔았다. 지난주 반도체는 2.7% 올라, 업종 주간 상승률 상위권에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6% 상승했다. 코스피 주간 상승기여도는 반도체가 44.2%를 기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자동차의 부활과 이들의 시장 주도력 회복에 주목하는 이유는 추세 반전의 시그널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그간 발목을 잡아왔던 공급 불안이 완화된다면 글로벌 경쟁을 보유하고 있고, 미국과 파트너십을 공고히 한 한국 기업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등 펀더멘털 동력에 근거한 코스피 급행열차 출발이 멀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시스템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2분기 정점에 도달한 뒤 점차 완화될 걸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IT 제품에 대한 수요가 폭증한 가운데, 자연재해나 주요국 분쟁 등에 반도체 공급선에 차질이 생기면서 반도체 가격은 치솟았다. 반도체 제조기업 입장에선 긍정적인 게 일반적이지만, 결국 완성품 업체들이 원가 상승 부담을 이기지 못하거나 부품이 없어 주문량을 줄이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는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들이 공급량을 늘리며 해결될 것으로 관측된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비메모리 공급부족은 2분기 말부터 완화될 것으로, 삼성전자의 미국 오스틴 등 가동 중단됐던 팹들이 정상 가동되고 TSMC 등은 적극적인 자본적 지출(CAPEX) 대응으로 공급량이 점진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의 경기 순환을 고려한 주가 흐름 측면에서도 상승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이후엔 기저효과가 끝나면서 전년 동기 대비 기업들의 이익 증가율이 대폭 감소하지만, 전월 대비해선 계속 성장하는 국면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는 지난 2010년 1~2분기와 비슷한데, 마찬가지로 기저효과가 끝난 당시 업종별 주가 수익률은 지수에 수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구간에선 가장 적게 오른 업종의 상승폭이 가장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재만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연초 대비 수익률은 3%로 코스피의 13%보다 낮은 반면, 영업이익 비중은 1분기 18% 저점 형성 이후 2분기 26%에서 3분기 31%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비중 확대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출처=한국거래소)
“기저효과 이후 메모리 수급 공급과잉…가격 4분기 고점”

병목현상이 해결되고 반도체 가격 매력이 생겼다고 하더라도, 제품 수요가 계속 성장할 것이냐는 부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밸류에이션 메리트가 증가됐고 4분기까지 가격 강세가 지속될 거란 점에서 투자의견 ‘비중확대’를 제시하지만,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둘 것을 권고한다”며 “여전히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8배로 역사적 고점 수준이고 메모리 반도체를 지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요인인 ‘수요의 강세’가 이어질 지 여부에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저 효과가 마무리되면 동시에 메모리 수급 상황이 공급과잉이 돼 4분기 말을 고점으로 가격이 상승세가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며 “신규 중앙처리장치(CPU)의 출시가 메모리 수요에 긍정적이란 기대가 있으나 올해 신규 CPU 출시가 전체 디램(DRAM) 수요 개선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기엔 유동성 축소 등도 있고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내구재 소비가 확장은 교체 수요가 길어 한정적이고, 내년 자본적 지출(CAPEX) 증가와 함께 공급이 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이 빠르면 올해 말 정점이란 의견은 일찌감치 존재했다. 시장은 이미 해당 시기에 있다는 점에서 반도체 산업 관점에선 상승 여력이 크지 않은 셈이다. 이에 최근 들어 거시 경제와 주가가 연동돼 있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란 말을 마케팅이다”라며 “사이클이 오는 것인데 거기다 슈퍼라는 말을 붙인 것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다만 시장이 너무 앞서 있었기 때문에 2분기 실적 발표 등에서 안도랠리는 이어질 수 있을 수 있는데, 사실 이보다는 최근엔 미국 고용이나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등 매크로 환경에 더 영향을 받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하반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 신호가 나올 걸로 관측되는 등 매크로 환경도 긍정적이진 않다. 이밖에 달러 약세 흐름이 조만간 반전된다는 전망도 반도체에 부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수출 호조, 백신 접종 가속 등 한국 국내 요인에 무게를 두면 원화 대비 달러의 추가 강세 압력이 남 아있다”면서도 “다만 바깥으로는 미국의 테이퍼링 움직임과 유럽중앙은행(ECB)의 테이퍼링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으며 중국 외환 당국은 위안화 추가 강세에 제동을 거는 등 점차 상승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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