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그룹 폐지 꺼내든 韓美…北 김여정, 찬물 끼얹었다

대화의 `공` 되받아친 북한
바이든 대북제재 1년 연장 발표 후 맞불
美에 "잘못된 기대" 김여정발 조롱 경고
`강대강, 선대선` 원칙론 고수…교착 지속하나
'말 아낀' 정부 "좋은 길은 대화와 협력"
  • 등록 2021-06-23 오전 12:10:00

    수정 2021-06-23 오전 12:10:00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한미 양국이 ‘워킹그룹 폐지’ 카드까지 꺼내들며 북한과의 대화 조성에 나섰지만,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잘못된 기대”라며 찬물을 끼얹었다.

이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대북제재 행정 명령 효력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한 직후에 나온 반응으로,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 등의 뚜렷한 당근책이 없으면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결국 미국 측의 ‘조건 없는’ 대화 제안에 북한이 다시 공을 미국에 되받아친 것이다.

북한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김 부부장은 2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우리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이번에 천명한 대미 입장을 ‘흥미있는 신호’로 간주하고 있다고 발언하였다는 보도를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사진=연합뉴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ABC방송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대화와 대결에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근 발언을 “흥미로운 신호”라고 부르면서 북한의 분명한 신호를 기다린다고 했다.

이어 김 부부장은 “조선(북한) 속담에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면서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짧게 경고했다. 대북 제재 해제와 관련한 진전 없이 미국의 대화에 응할 생각이 없다고 못박은 것이다.

특히 이번 김여정의 담화는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한미 간 대북정책 조율을 위해 방한한 가운데 나왔다. 다만 직접적으로 성 김 대표를 향해 비난을 퍼부은 게 아닌 만큼, 발언 수위를 자제하면서도 우회적으로 미국 압박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미국에 신뢰 조성의 조치 일환으로 미국에 대북 제재를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성 김 대표가 한미 간 대북정책 조율을 위해 방문한 만큼 이에 대한 압박을 우회적으로 표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김 부부장의 담화가 고조된 북미대화 재개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방한 중인 성 김 대표가 전날 김 위원장의 발언에 주목한다며 “조건 없이 만나자”고 촉구한 데 대해 사실상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이라는 평가다. 일단은 대화재개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한 셈이어서 한반도 정세의 교착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도 있다. 지난 1월 북한이 미국에 제시한 원칙인 ‘강대강, 선대선’에 따라 미국의 태도 변화가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 총비서가 올해 1월보다는 북미대화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는 했지만, 북한이 북미대화에 곧바로 나설 준비가 아직은 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다”며 “중국과 한국도 참여하는 북핵 4자회담 개최 추진을 통해 미국이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김 부부장의 조롱 담화와 관련 “미국 고위 인사의 발언에 대한 입장으로 정부가 논평할 사안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이 당국자는 “정부는 한반도 정세를 평화적,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좋은 길은 대화와 협력에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했다”며 “앞으로도 정부는 이 같은 입장에서 남북 및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남북 간 인도주의적 협력, 남북 및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미 외교당국은 양국 간 남북관계 관련 사항을 조율하며 여러 논란을 낳았던 협의 채널인 ‘워킹그룹’을 출범 2년여 만에 폐지하기로 했다(그래픽=연합뉴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그림 같은 티샷
  • 홈런 신기록 달성
  • 꼼짝 마
  • 돌발 상황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